[理知논술/교과서로 논술 잡기]사회영역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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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인가?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급속한 고도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압축 고도성장의 이면에는 부작용과 문제점도 많았다. 1997년의 외환 위기와 오늘날의 양극화 현상은 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점들의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 경제는 지속적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이 새로운 전략의 핵심에는 ‘성장과 분배’라는 오래된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주제에서는 한국 경제의 성장 과정을 돌이켜 보면서 우리 경제 성장 전략의 기본 논리였던 ‘선(先)성장 후 분배론’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성장과 분배는 정말로 조화될 수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쟁점1> 한국 경제 성장 과정의 이론적 근거는 무엇이었나?

우리나라 경제 성장은 ‘불균형 발전론’과 ‘선성장 후 분배’ 논리에 따라 이루어졌다. ‘불균형 발전론’은 투자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개발도상국은 모든 분야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보다는 다른 분야에 대한 파급 효과가 큰 산업과 분야에 우선적으로 집중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선성장 후 분배’ 논리는 분배를 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인식하면서 분배의 문제는 성장이 계속되면 고소득 계층으로부터 저소득 계층으로 소득이 확산되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글 싣는 순서(사회)
번호 주제
1 개항(1876) 어떻게 볼 것인가?
2 지역개발, 무엇이 문제인가?
3 우리 곁의 민주주의
4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
5 사회 속의 개인
6 의무냐, 목적이냐?
7 법은 도덕의 최소한인가?
8 붕당의 현대적 의미
9 지도, 그대로 믿어도 되는가?
10 정치 속의 여성
11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인가?
12 개고기가 나쁜 음식인가?
13 개인 윤리와 사회 윤리
14 역사란 무엇인가?
15 지형의 변화, 어떻게 볼 것인가?
16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눈
17 자본주의의 변신-시장이냐 정부냐?
18 TV 속에 비친 우리 사회
19 국가란 무엇인가?
20 주전론과 주화론
21 가라앉는 섬, 누구의 책임인가?
22 정치문화와 한국
23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
24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사고

이러한 이론과 논리는 성장 과정에서 정부 주도의 수출 중심, 공업 중심, 대기업 중심의 성장 위주 전략과 저임금·저곡가 정책, 노동조합 억압 정책, 대기업에 대한 각종 특혜 정책 등으로 구체화되었다.

<쟁점2> 한국 경제 성장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한국 경제는 세계 200여 나라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고도의 양적 성장을 이룩했으나 그 그늘 또한 매우 크고 어두웠다. 첫째, 농업과 공업 간의 불균형이 그것이다. 이는 도·농 및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켰으며 각종 도시 문제와 농촌 문제를 발생시켰다. 둘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균형이다. 대기업의 성장을 위한 각종 특혜는 소수 재벌에 대한 경제력 집중과 중소기업의 위축을 불러왔으며 정경유착의 근원이 되었다. 셋째, 수출 부문과 내수 부문 간의 불균형이다. 수출 위주의 성장 전략은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에 그 성패가 달려 있었기 때문에 저임금 정책과 저곡가 정책을 필수 정책으로 만들었으며 해외시장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켰다. 넷째, 이러한 성장 지상주의로 인한 각종 불균형과 정책들은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의 심화를 초래하였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발전과 사회 통합을 저해하였다.

<쟁점3> 성장과 분배는 과연 상충 관계인가?

그렇다면 성장과 분배에 대한 올바른 인식 태도는 무엇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경제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부터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국민들의 빈곤을 극복하고 삶의 질과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제 성장은 궁극적 목적의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셈이다. 과거에는 경제 성장과 소득 분배는 상충되는 목표로 간주되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양자가 반드시 상충 관계(trade-off)인가에 회의가 일고 있다.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성장은 지속될 수 없으며, 성장이 없는 분배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장에 대해 성장을 도외시하는 경제 위기의 주범인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성장 과정에서 혜택을 받은 부문과 계층의 이데올로기 공세라는 지적도 가능할 것이다.

성장을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와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20 대 80’의 양극화된 현실에서 80%의 빈곤층을 도외시한 성장은 의미가 없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GDP라는 성장의 척도는 복지의 수준이나 소득 분배의 형평성을 보여 주는 데는 근본적 결함이 있는 지표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성장은 몇 %라는 양적 성장만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어떤 내용의 성장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의 양극화는 저소득층의 교육 수준을 제약하고, 나아가 정치적·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한다. 이는 인적 자본의 형성과 투자의 활성화를 저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성장도 지연시키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또 하나의 성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배와 성장 간의 선순환적인 연계 관계를 잘 살려 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성장과 분배는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수레의 양 바퀴’이다. 경제 성장의 궁극적 목적인 모든 사람이 고르게 잘사는 경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장과 분배를 조화롭게 유지·발전시켜야 한다. 나아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발전 전략도 이러한 인식의 토대 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생각 확장하기>

후진국이 선진국에 이르기 위해서는 2차선 일방통행의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처음에 두 차선 중 어느 한쪽이 움직이면, 다른 차선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자기가 서 있는 차선이 곧 움직이리라는 기대에 부풀게 된다. 그러나 계속 한 차선만 움직이고 자기가 서 있는 차선의 정체가 계속되면 부풀었던 기대에서 오는 좌절감으로 불만이 쌓이게 되고, 심지어는 터널 앞에서 차량 소통을 규제하는 교통경찰을 불신하게 된다. 그 결과 불만에 찬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무시하게 되어 터널 속은 더욱 혼잡해지고, 더더욱 정체가 심해질 것이다. 결국 두 차선의 차들이 모두 터널을 통과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기고 만다.

■논제

1. 제시문에 언급되고 있는 비유들(두 차선, 교통경찰, 교통법규 무시, 정체 현상 등)을 한국 경제의 성장 과정에 적용하여 해석하고, 선진국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하시오.

2. 외환 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급격히 양극화되고 있다. ‘잘나가는 20%’와 ‘희망 없는 80%’의 두 개의 대한민국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의 제시문을 참고하여 성장과 분배의 관점에서 양극화의 해결책을 제시해 보시오.

강창선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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