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유(柳) 씨'는 ‘류 씨’로 써야"

  • 입력 2007년 4월 30일 16시 56분


호적부 성명란에 '柳 씨'의 한글표기를 '유 씨'로 표기하도록 한 대법원 호적 예규는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류 씨'로 써도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청주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금덕희) 30일 유모(65·충주시 노은면) 씨가 호적부 성(姓)의 한글 표기를 '유' 씨에서 '류' 씨로 고쳐달라고 낸 호적정정신청 항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류' 씨로 고치도록 허가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개인의 성은 오랜 기간 형성되고 유지돼 온 일정한 범위의 혈연집단을 상징하는 기호로서 이름과 함께 개인의 동질성을 표상하는 고유명사"라며 "국가가 성에 두음법칙을 적용해 '류'가 아닌 '유'로 표기할 것을 강제한다면 개인의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자로 된 성을 한글로 적을 때 두음법칙에 따라 성이 '李 씨, 柳 씨, 羅 씨'인 경우 '이 씨, 유 씨, 나 씨'로 표기하도록 한 1996년 10월 25일 대법원 호적 예규 제520호 제2항은 인간의 존엄성을 다룬 헌법 제10조의 이념과 가치에 반하여 위헌 무효"라고 덧붙였다.

유 씨는 이번 결정에 따라 행정기관에서 성의 한글 표기를 수정할 수 있지만, 이는 신청 당사자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다른 희망자들은 따로 호적정정 신청을 내야 한다.

문화 류(柳)씨 대종중회 류지원 사무총장은 "전국에 문화 류 씨가 30만여 명 정도 되는데 한글 성을 바꾸려면 따로 따로 정정신청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국립국어원도 '유와 류'를 놓고 어떤 것을 써야할지 논의 중인데 결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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