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7주년]건설, 기술력 바탕 ‘고부가 플랜트’ 수주 주력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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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공사 이익률 매출액 대비 10%… 선진국과 치열한 경쟁

서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를 거쳐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니제르 강 하구 삼각주에는 이곳 원주민들의 한(恨)이 서린 ‘보니’섬이 있다. 17∼18세기 유럽 상인들이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노예로 넘기기 위해 배에 싣던 노예 무역항이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섬은 나이지리아의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천연가스 공급기지로 탈바꿈했다.

변화를 이끈 주역은 대우건설. 니제르 강 삼각주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정제하고 액화해 수출하는 LNG 플랜트(산업설비) 4개(공사비 2억8400만 달러)를 1996년부터 최근까지 지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 건설사들이 선진국 업체들과 자웅을 겨루며 ‘건설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최근 국내 건설사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익이 별로 나지 않는 토목공사 대신 플랜트공사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플랜트 공사의 매출액 대비 이익률은 10% 안팎에 이른다.

○ 고부가가치 공사 수주로 이익 극대화

현대건설은 지난해 8월 카타르에서 천연가스를 석유로 바꾸는 설비를 짓는 LNG 플랜트 공사를 7억8000만 달러에 수주했다. 이 분야는 지금까지 일본이나 유럽 업체들이 공사를 독점하다시피 해 의미가 컸다.

현대건설은 이를 포함해 지난해 세계 13개 국가에서 24억3800만 달러어치의 공사를 따냈고, 12억4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05년(8억7000만 달러) 매출보다 43.3% 급증한 성과다.

대림산업은 플랜트 공사 중에서도 부가가치가 특히 높은 ‘플랜트 설계’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4월 완공된 중국 상하이(上海) 복합 화학물질 생산 공장 건설 공사에서 대림산업은 설계와 자재조달, 시공감독 부분을 맡았다. 금액은 3500만 달러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턴키 방식’에 비해 이익률이 5배나 높았다.

SK건설은 2005년 쿠웨이트에서 12억2100만 달러 규모의 원유처리시설 증설 공사를 수주했다. 당시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따낸 금액으로는 가장 큰 규모여서 화제를 모았다.

○ 초고층, 호화 건축물 부문에서도 두각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04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계획된 ‘버즈두바이’ 공사를 수주했다. 이 건물은 지상 160층 이상, 높이 700m 이상, 연면적 15만 평에 이르는 초고층 빌딩으로 내년 11월 준공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고급 호텔 건축 부문에서 건설 명가(名家)의 자존심을 높였다. 싱가포르의 상징인 래플즈시티 복합건물과 두바이의 3대 호텔에 포함되는 그랜드하야트호텔 등 지금까지 1만여 객실을 지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박창규 대우건설 사장 “해외사업 비중 매출의 20%까지 확대”▼

1976년 남미 에콰도르 도로공사를 시작으로 30년 동안 세계 41개국을 무대로 ‘건설 한국’의 위상을 높여온 대우건설은 지난해 총 13억4112만 달러어치의 해외공사를 수주하는 중흥기를 맞았다.

올해는 17억3000만 달러를 수주해 해외사업 비중을 매출액의 20%까지 확대할 계획. 이는 지난해에 비해 5%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사령탑은 매달 1주일 이상을 해외 현장에서 보내고 있는 박창규(사진) 사장. 박 사장은 1979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10년을 리비아 파키스탄 등 해외 건설현장에서 지내 누구보다도 해외 현장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이 세계 10대 건설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해외사업 강화가 필수” 라고 말했다.

▼ 김종인 대림산업 사장 “경험-기술력 있는 부분에 영업력 집중”▼

국내에서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대림산업은 해외에서는 중동지역 플랜트공사 최대 실적 보유 기업으로 인지도가 높다.

1996년 국내 최초로 베트남 항만 건설공사에 진출했고 이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24개국에서 각종 플랜트 토목 건축공사를 해왔다.

대림은 올해에도 풍부한 해외공사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플랜트사업 해외 수주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풍부한 해외 현장경험을 축적해 온 김종인(사진) 대림산업 사장은 “양적인 팽창보다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는 부문에 영업력을 집중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유웅석 SK건설 사장 “중동에서 동남아 유럽까지 시장 확장”▼

원어민 수준의 영어 구사능력과 풍부한 해외현장 경험을 갖춰 ‘해외통’으로 불리는 유웅석(사진) SK건설 사장의 올해 포부는 야무지다.

회사 전체 수주 목표가 6조6000억 원인데 이 가운데 41%인 2조7000억 원을 해외에서 따낸다는 전략이다. 지난해에 비해 해외 수주 비중이 13%포인트나 늘었다.

이처럼 해외수주 목표를 늘려 잡은 것은 무엇보다 고(高)유가에 따라 중동 지역에서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가 늘었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동남아 유럽 인도 캐나다 등지로 사업무대를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빼놓지 않고 있다. 석유비축기지, 액화천연가스(LNG), 주거시설 등 새로운 사업영역도 개척할 예정이다.

유 사장은 “장기적으로 토목, 건축 부문의 해외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이상대 삼성물산 사장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사업력 쏟을 것”▼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시공능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해외공사 수주 목표를 10억 달러로 잡고 있다.

규모도 규모지만 수주 이전 단계부터 해외 현지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공사 전반에 걸친 리스크(위험) 관리를 강화해 양질(良質)의 해외공사를 수주하는 데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상대(사진) 삼성물산 사장은 “양질의 공사는 단일 규모라도 지속적으로 수주하면서 후속공사를 연계해 따낼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발주하는 공사는 해외 선진 건설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입찰 참여를 늘려갈 계획이다.

▼ 김정중 현대산업개발 사장 “수자원 개발-토목 플랜트 등 영역확대”▼

김정중(사진)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2010년 국내 최고의 종합건설·부동산 개발회사로 발돋움한다는 비전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을 비롯해 각종 대형 건설프로젝트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장기적으로 부동산 금융 및 신사업 분야의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토목 부문에서는 기존 도로, 철도, 항만, 대지조성사업 역량을 강화하면서 해상교량, 수자원 개발, 토목 플랜트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경영 키워드를 ‘성장과 성과’로 정한 김 사장은 “올해 경영목표는 매출액 2조7774억 원, 영업이익 3469억 원, 경상이익 3495억 원”이라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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