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도 놀이, 공부도 놀이지”… 고은 시인 서울대 첫 강의

  • 입력 2007년 3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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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우리 한번 놀아보자!”

선생님의 첫마디에 학생들은 일제히 “네!”라고 크게 답했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로 임용된 고은(74·사진) 시인의 첫 강의가 7일 서울대 멀티미디어동 강의실에서 열렸다. 강의 이름은 ‘우리들의 안과 밖’. 시인은 강의계획서에 ‘인간과 사물과 시대에 대한 감수성과 상상력을 촉진하기 위한 마당 담론으로 꾸미겠다’고 밝힌 터다.

강의실에 들어선 그는 “무척 (학생들이) 사랑스럽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강의 서두에서 “삶도 놀이고 공부도 놀이야. 진리는 고상하고 숭엄한 데가 아니라 어린애같이 천진난만한 데서 드러나는 거야”라며, 노는 듯 즐겁게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

본론은 50여 명 수강생들을 숙연하게 할 만큼 진지했다. 고 시인은 “20세기는 한국인에게 일제 침략과 더불어 시작된 시대로, 자아를 찾고 독립을 하는 데 몰두한 만큼 진정한 ‘우리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며 “21세기에 들어서야 ‘세계 속의 우리 시간’이라고 인식하면서 축제 분위기로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학생들과 만난 게 소중하다며 “새로운 세기는 스스로의 존재감을 찾는 데서 나아가, 존재 간의 관계를 통해 ‘나의 시대’를 구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극적인 강연과 낭송으로 유명한 고은 시인은 3시간 동안 진행된 첫 강의에서도 ‘끼’를 드러내 보였다. “‘백성 민(民)’ 자는 ‘눈 목(目)’ 자를 사선으로 그은 모양이지. 눈을 찔러버린 형태 아닌가. 통치자들이 자신들이 다스리는 대상을 권력으로 눌러버린 형국인데, 이 백성들의 자아 찾기가 근대에 와서야 시작된 거야.”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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