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인천 구월초교 ‘아름다운 교문 만들기’

  • 입력 2007년 3월 7일 0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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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은 이제 차단과 통제의 상징물이 아니에요. 야외공연장과 같은 무대가 있고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생겼어요.”

인천 남동구 구월초등학교에서는 2일 입학식을 겸해 교문 새 단장 기념공연이 열렸다.

학교 측은 굳게 잠그던 철문을 헐고 나무 데크를 조성하는 공사를 마친 뒤 올해 입학식을 색다르게 치렀다.

인천에선 학교 담장을 허물고 나무를 심는 녹색사업이 활발하지만 이처럼 ‘활짝 열린 교문’은 처음 선보인 것.

이날 비가 내려 교문 자리의 야외무대에서 하려던 음악 연주와 타악 퍼포먼스 공연은 구내식당에서 진행됐다.

공연은 김덕수 사물놀이패에서 활동한 박창규 씨가 이끄는 ‘하늘소리’의 연주가 4명이 타악기 난타를 20분간 선보였다. 또 문구점에서 파는 피리, 아코디언과 키보드로 재미난 곡을 들려주는 연주가 ‘있다’(예명)의 공연이 이어졌다.

신입생들의 눈길을 끈 교문을 겸한 ‘나무 광장’은 미술 작가와 재학생의 합작품.

이탈(42) 씨 등 미술 작가 7명으로 구성된 ‘문화 수리공’이 지난해 12월부터 인천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아름다운 교문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교직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참여 예술 프로젝트’ 설명회가 있었고, 학생들에게서 교문 작품을 공모했다. 500여 명의 학생이 동화에나 나올 법한 여러 형태의 교문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미술 작가들은 해, 달, 무지개 등을 소재로 한 작품 중에서 10점을 우수작으로 골랐고, 이 중 3학년생 이은관(9) 군의 ‘해바라기 정원’을 최종 선택했다.

이탈 씨는 “이 군의 그림대로 교문을 만들기에는 어려웠다”며 “담장 높이가 학생 키보다 낮게 그려진 이 군의 작품 개념을 받아들여 미술 작가들이 새 교문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나무 쪽문을 밀치고 들어가면 10∼15cm 높이의 나무 계단이 5단계로 설치돼 있고, 중앙에는 50평 규모의 광장이 마련돼 있다.

각 계단은 앉아서 놀이를 즐기기에 충분할 만큼 넓어 중앙 무대에서 공연이 열릴 때는 좌석으로도 이용된다. 중간 중간에는 조경용 밀밭도 조성돼 있다.

또 이곳은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학원 차량을 기다리거나 비올 때 우산을 들고 올 학부모들이 대기하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미술지도 교사인 김경미 씨는 “나무 광장 무대에서는 주민들을 초청해 음악회를 열거나 학예회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 수리공’은 이번 사례를 보고서로 정리해 장애학교, 신설학교 등에도 ‘아름다운 교문’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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