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대법원장 결단 촉구' 글 파문

  • 입력 2007년 2월 20일 1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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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가 '고등법원부장판사 석궁피습'사건과 같은 사법 불신의 주요 원인으로 이용훈 대법원장의 도덕성 문제를 거론하며, 이 대법원장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 정영진(49·사법시험 24회) 부장판사는 20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석궁테러 관련-이용훈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며'라는 글을 통해 "이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세금탈루와 전별금 의혹 같은 부정적 행태가 지금의 사법불신에 이르는 데 중요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법원장은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해명이 되지 않는다면 거취 문제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설사 결백하다 하더라도 이런 의혹들이 충분히 해명되지 않는다면 대법원장 직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법원가족들이나 일반 국민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며 사실상 이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또 "소설 같은 시나리오"라고 전제한 뒤 법조비리로 구속된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형사합의부장이 아닌 형사항소부장으로 전보되고, 1심에서 조 전 부장판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부장판사가 고법부장판사 승진에서 탈락한 데에도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글 말미에 "이런 인사를 보게 되는 법관들이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는 재판을 하려는 유혹을 받지 않을까"라고 반문한 뒤 "동기들보다 임관이 늦어 내년에 고등부장 승진인사 대상자인 내가 이 글로 인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을 걱정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적었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 글이 최근의 법원 정기인사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대법원도 "인사 불만을 가진 분이 돌출행동을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최근 인사에서는 사법연수원 13~15기에서 18명이 고법부장판사로 승진했으며, 연수원 14기인 정 부장판사는 같은 법원 민사합의8부 재판장으로 전보됐다.

창원지법 문형배 부장판사는 이날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정 부장님도 이번 고법부장 인사 대상자로 보이는데, 이 글이 인사 불만에서 비롯된 감정 토로로 보이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반박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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