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서 화재 상처 씻을게요”

  • 입력 2007년 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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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호 씨(가운데)가 최근 마련한 전셋집에서 아들 진수, 딸 은주와 함께 도움을 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부산=조용휘 기자
박인호 씨(가운데)가 최근 마련한 전셋집에서 아들 진수, 딸 은주와 함께 도움을 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부산=조용휘 기자
“살길이 막막했는데, 용기와 희망을 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내 권혁금(46) 씨가 불길 속에서 정신지체 2급 장애인 딸 은주(18)와 아들 진수(15)를 구하고 저세상으로 떠난 뒤 앞이 캄캄했던 박인호(48) 씨는 “사회의 따뜻함이 이렇게 큰 힘이 될 줄 몰랐다”며 머리를 숙였다.

▶본보 2006년 12월 21일자 A13면 참조

▶ 불길보다 더 뜨거웠던 母情

▶ 장애 아들-딸 구하고 숨진 故권혁금씨 가족 ‘다시 일어서기’

그는 동아일보 보도 이후 개인과 사회단체, 학생들의 성금이 이어져 부산 동래구 사직2동에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13평의 전세 아파트지만 화재로 집을 잃어버린 뒤 진수가 진료를 받던 금정구 남산동 침례병원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세 식구의 안식처가 마련된 것.

박 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진 뒤 대한건설협회와 진수의 모교인 사직중학교 교직원 및 학생 일동, 외환캐피탈 직원, 언론 및 사회단체와 기업체의 성원이 이어졌다. 20여 명에 달하는 개인 중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이 서너 명 됐다.

이렇게 모인 성금이 2900여만 원. 이 중 2200만 원으로 전셋집을 마련하고 나머지로 살림살이도 장만했다. “도움을 받은 만큼 열심히 살겠다”는 박 씨는 “기회가 되면 사회에서 받은 은혜를 봉사활동을 통해 돌려주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박 씨의 아내 권 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7시 반경 부산 동래구 온천3동 전셋집에 불이 나자 아들과 딸을 살린 뒤 자신은 화마에 휩싸여 숨졌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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