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 입력 2007년 1월 23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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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849년 12월 22일), 우리는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칼이 우리들 머리 위에서 쨍그랑거리고, 우리의 마지막 수의(囚衣·죄수가 입는 옷)가 준비되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형벌을 받기 위해 기둥에 세워졌고, 각자의 이름이 호명되었습니다. 결국 나는 두 번째 그룹에 속하게 되었고, 숨이 붙어 있을 시간은 채 1분도 안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형과 형의 가족을 떠올렸습니다. 그제야 내가 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중지 명령이 낭독되었습니다. 기둥에 묶여 있던 사람들은 풀려나고, 간수들은 우리를 향해 위대한 황제 폐하께서 우리들의 생명을 구해 주셨노라는 내용의 문서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위와 같은 경험을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생명이 붙어 있을 시간이 채 1분도 남아 있지 않은 시간에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그리고 만약 죽음의 순간에서 극적으로 풀려난다면, 여러분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러시아의 대표적인 소설가 도스토옙스키는 젊은 시절에 ‘새로운 사회’를 꿈꾸게 됩니다. 그가 생각한 새로운 사회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였습니다. 그 결과 도스토옙스키는 결국 사형을 선고받게 되지요. 하지만 극적으로 풀려나게 됩니다. 대신 4년 동안 옴스크에서 감옥 생활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여러분, 이상하지 않나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것이 반역죄이자, 사형에 처해질 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이요. 19세기의 러시아는 어떤 사회였기에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는 것이 금지되었을까요?

사형 집행 직전에 풀려나게 된 도스토옙스키는 남은 인생을 오로지 소설 쓰기에 전념하게 됩니다. ‘죽음의 집의 기록’은 도스토옙스키가 자신의 감옥 생활을 바탕으로 쓴 장편 소설입니다. 시베리아 감옥에서 도스토옙스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궁금한 친구들은 ‘죽음의 집의 기록’을 꼭 한번 읽어 보기 바랍니다. 죄를 짓고 벌을 받았던 도스토옙스키는 ‘죽음의 집의 기록’ 이후, ‘죄와 벌’을 집필(執筆)하게 되는데요, 오늘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눌 작품은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입니다.

슈퍼맨이 되려고 한 주인공은

왜 전당포 주인을 죽이려 했나

‘죄와 벌’의 주인공은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빼면,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가슴에 아주 큰 ‘꿈’을 품은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을 ‘죄와 벌’의 주인공은 꿈꾸고 있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그가 이루고 싶은 소망은 바로 ‘슈퍼맨 되기’입니다. 지독하게도 가난한 그가 정말 슈퍼맨이 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듯이, 슈퍼맨은 인간이지만, 인간보다 뛰어난 인간이며, 인간을 ‘뛰어넘은’ 인간입니다. 하늘을 맘껏 날아다닐 수 있고, 지구의 자전 방향을 거꾸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슈퍼맨에게 있어 자동차나 비행기를 들어 올리는 일은 ‘누워서 잠자기’에 지나지 않는 일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무지 해낼 수 없는 일을 슈퍼맨은 아주 쉽게 해냅니다.

‘죄와 벌’의 주인공은 바로 그런 슈퍼맨이 되려고 합니다. 바로 거기에 ‘죄와 벌’의 핵심이 숨어 있습니다.

슈퍼맨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아닙니다.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외계인의 아들이지요. 슈퍼맨은 타고날 때부터 ‘초인적인 능력’을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죄와 벌’의 주인공은 신과 같은 능력이 전혀 없는, 정말로 평범한 인간의 아들입니다.

‘죄와 벌’의 주인공은 부모에게서 초인적인 힘을 물려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슈퍼맨과는 조금 다른 슈퍼맨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인간이 만든 법률, 규칙 위를 날아다니는 슈퍼맨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고유한 감정인 ‘양심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인간을 뛰어넘는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 ‘죄와 벌’의 주인공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끼를 손에 잡습니다. 그러고는 두 사람을 죽입니다. 한 사람은 전당포 여주인 ‘알료나 이바노브나’이고요, 다른 한 사람은 그의 여동생 ‘리자베타 이바노브나’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죄와 벌’의 주인공이 두 사람을 살해한 이유는 ‘슈퍼맨-인간을 뛰어넘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 ‘죄와 벌’의 주인공은 도대체 왜 슈퍼맨이 되려고 했을까요? 그리고 왜 하필 전당포 여주인을 죽이려고 했을까요? 사람을 죽이는 일은 아주 나쁘고 잘못된 일이라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죄와 벌’의 주인공은 법률과 규칙, 양심 등을 뛰어넘으려고 했을까요? 그런데 잠깐, 여러분은 슈퍼맨이 되고 싶어 하는 이 사나이의 이름은 알고 있나요?

도스토옙스키는 지독한 노름꾼이었습니다. 아내의 치마마저 팔아서 도박장으로 달려갈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도스토옙스키는 간질병 환자였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인간의 영혼을 파헤친 위대한 천재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이토록 대단한 별명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여기에 나타난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은, ‘죄와 벌’의 주인공이 도끼를 들고 두 사람을 살해한 사건 속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그 사건 현장으로 들어가 보기 바랍니다.

황성규 학림 필로소피 논술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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