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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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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를 뽑아 꿰어라”
문승기(19·서울대 법학과 1년) 씨는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합격자 평균 점수보다 10점가량 낮은 471점을 받았다. 서울대 법대 지원을 말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문 씨는 논술에서 승부를 내기로 하고 소신 지원해 합격했다. 최근 그는 논술 공부법을 소개한 ‘난, 논술로 갔다’(한우리북스)라는 책을 냈다.
문 씨는 30일간 논술 20편을 썼다. 시험을 치르기 1주일 전부터는 서울대 논술 모의고사를 풀어 본 뒤 다른 친구들의 답안 및 첨삭 상태를 보면서 자신이 쓴 논술문과 비교했다.
“교수의 글을 베끼는 것보다는 또래 친구들이 쓴 글 가운데 잘 쓴 글을 골라 베끼는 게 훨씬 도움이 됩니다.”
논술문을 잘 쓰려면 손으로 부지런히 연습하면서 머리로 끊임없이 생각하라는 게 문 씨의 조언이다.
“책이나 신문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구절이 나오면 ‘글감노트’에 꾸준히 정리했어요. 또 책을 보면서 그 구절을 활용해 논술을 쓴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를 계속 생각했죠.”
독서를 많이 하기보다는 읽은 내용을 제대로 소화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문 씨는 말했다.
“문제의 제시문을 관통하는 주제와 글의 키워드를 연결해 두세 개의 핵심 문장을 작성한 뒤 이 문구를 나만의 주변 환경과 관련시켜 창의적으로 글을 쓰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고교 때부터 매일 신문을 읽었던 그는 신문이 연말에 발표하는 ‘10대 뉴스’ 등 한 해 발생한 사건을 정리해 놓은 신문 기사를 시험을 치르기 전에 여러 번 정독했다.
“논술 시험의 기초는 역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거죠. 창의성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들었어요.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선 책을 많이 보면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책의 내용과 연결하는 것이 좋아요.”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나만의 작법을 익혀라”
2006학년도 고려대 정시전형에서 우수한 논술성적으로 경영학과에 입학한 정진우(19) 씨는 이틀에 한 편씩 꾸준히 논술을 쓰면서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체득한 것을 합격의 비결로 꼽았다.
“제시문의 공통 주제를 찾은 뒤에는 지문을 무시하고 그 주제에 대해 3∼5분간 자유롭게 생각하며 글의 방향을 잡는 습관을 들였어요. 이후 지문의 내용과 상관관계를 참고해 단락별 소주제문을 미리 쓴 뒤 논술을 써나갔죠.”
정 씨가 본격적으로 논술 공부를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 초.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는 470점 정도로 안정권이었지만 외국어고 출신이라 좋지 않은 학생부 성적을 논술로 만회하겠다고 생각했다.
집 근처 유명 논술학원에 찾아갔지만 학원 교재를 이용한 획일적인 강의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몇 번 나가다 그만뒀다고 한다. 대학마다 논술 유형이 달라 고려대 진학을 위한 ‘맞춤형 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혼자만의 논술 공부 계획을 세웠다.
“기출 문제를 풀며 출제유형을 익힌 뒤 서점에 가서 한두 권의 논술 교재를 골랐어요. 이 책들을 보며 고려대 유형의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 보고 이틀에 한 편씩은 반드시 논술을 썼어요.”
쓴 글은 매주 대학생 과외교사에게 첨삭지도를 받았다. 글을 쓰면서 시간 안배 방법을 익혔고 문단을 구성하는 실력을 키웠다.
고려대 논술의 특성상 제시문을 분석해 글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그는 서론에서 명확하게 공통 주제를 밝히고 서론과 본론 사이에 제시문을 비교하는 하나의 문단을 더 만드는 구성을 생각해 냈다.
정 씨는 “고교 시절 매주 신문기사를 읽으며 의견을 글로 써 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남은 기간만이라도 하루 30∼40분씩 투자해 신문 기사와 사설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기출문제 분석 최우선”
“시험을 한 달가량 앞두고 책을 많이 읽어 배경지식을 늘린다는 계획은 불가능해요. 그것보다는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기출문제를 철저히 분석한 뒤 그에 맞도록 연습을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염 씨는 주 3회 오전에만 논술학원을 다녀온 뒤 나머지 시간에는 주제를 정해 시간에 맞춰 쓰는 실전연습을 꾸준히 했다. 연세대 진학을 희망하는 친구와 매일 똑같은 주제로 글을 한 편씩 쓴 뒤 바꿔 보면서 서로 조언을 해 줬다.
“실력이 비슷한 친구들끼리 조를 짜서 매일 글쓰기 연습을 한 뒤 완성된 글을 서로 고쳐 주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돼요.”
자타가 공인하는 책벌레인 염 씨는 일주일에 1, 2권의 책은 물론 매일 신문을 읽었다. 염 씨는 지금쯤은 하나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보다는 비교적 출제 빈도가 높은 고전을 발췌해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은 암기하라고 조언했다.
또 직접 논제를 던져 주지 않는 연세대 논술의 특성상 각 제시문의 공통점을 파악할 수 있는 독해력 기르기와 세밀한 개요 짜기를 강조했다.
염 씨는 “논제를 잘 파악한 뒤 논제에서 원하는 것만 제대로 써도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글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개요를 짤 때 각 단락의 주제는 물론 단락마다 어떤 예시를 들어야 할지까지 자세히 계획을 짠 뒤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 수리 사회탐구는 1등급, 외국어는 2등급이었던 염 씨는 논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2006학년도 정시모집에 과감히 소신 지원해 합격했다.
염 씨는 “논술은 인용 등을 통해 논거를 확실하게 들어야 좋은 글인 만큼 장기적으론 배경지식이 문제가 된다”며 “벼락치기로 논술을 준비한다는 생각보다는 사회탐구나 언어영역 등 수능 공부를 하면서 읽은 지문 안에 나오는 인용이나 주장을 자신만의 노트에 정리해 나가면 좋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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