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하여 종은 울린다”… 보신각 타종 신청사연 몰려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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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정오에 울려 퍼지는 보신각 종소리에 소박한 소망을 실어 보내려는 시민들의 타종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8일 “내가 진짜 서울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타종에 참여한 ‘서울토박이중앙회’ 소속 회원 4명의 모습. 홍진환 기자
매일 정오에 울려 퍼지는 보신각 종소리에 소박한 소망을 실어 보내려는 시민들의 타종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8일 “내가 진짜 서울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타종에 참여한 ‘서울토박이중앙회’ 소속 회원 4명의 모습. 홍진환 기자
“뇌중풍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에게 힘을 드리고 싶어요.”(서울 노원구 상계동 허모 씨)

“언니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느라 고생했는데 ‘깜짝 선물’을 할 수 없을까요.”(서울 양천구 목동 정모 양)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하는 아들의 전역을 축하해 주고 싶어요.”(경기 이천시 부발읍 문모 씨)

“지난해 부모님의 은혼식(결혼 25주년)을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해 죄송했어요. 이번 기회에 뜻 깊은 결혼기념일을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서울 광진구 구의동 최모 씨)

지난달 21일부터 매일 낮 12시 12번 타종되는 서울 종로구 종로 2가 보신각종에서는 종소리와 함께 종을 치는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과 반성, 축하와 사과의 사연들이 잔잔히 울려 퍼진다.

그동안 보신각종은 3·1절과 광복절, 제야인 12월 31일 등 연 3차례만 타종됐다. 그나마 종을 울리는 것은 저명인사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달 21일부터 타종을 매일 하기로 하면서 평범한 시민에게도 타종 기회를 주자 종소리에 염원을 실어 보내려는 사람들이 서울시 홈페이지(seoul.go.kr)에 저마다의 진솔한 사연을 올리고 있다.

10일까지 보신각 타종 행사에 참여한 사람은 부부, 형제 등 70여 명.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낮 12시 4명씩 보신각종을 12번 울린다.

간염으로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던 임모(서울 강동구 천호동) 씨는 보신각종을 울리며 힘겨웠던 지난날을 털어버렸다.

“최근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어요. 제2의 인생을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보신각 타종을 신청했죠.”

서울에서 3대 이상 거주한 사람들의 모임인 ‘서울토박이중앙회’ 소속 회원 4명도 8일 타종 행사에 참여했다. 임기완 토박이 중앙회 상임부회장은 “서울 토박이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서울을 알리자는 생각에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타종 신청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서울시 문화재과가 선정해 타종 3, 4일 전 선정 사실을 알려 준다. 1명이 신청해 선정되면 가족, 친지 등 두 명까지 함께 타종이 가능하다.

평일 경쟁률은 약 3 대 1. 그러나 성탄 전야인 24일에는 이미 16팀이 신청했다.

서울시는 12월부터 타종 참여자들의 기념사진을 촬영해 무료 서비스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내년부터 보신각 타종 행사를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체험 관광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덕수궁∼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왕궁수문장교대의식을 내년부터는 덕수궁∼서울광장∼무교동∼청계천∼보신각으로 연장한다.

또 숭례문의 파수 의식과 남산 봉수 의식 등을 타종과 통합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보신각을 방문하면 즉석에서 타종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시 문화재과 노석태 씨는 “전국에서 타종 문의가 밀려와 타종 인원을 늘릴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타종자들의 사연으로 안내판도 만들고 사회자가 즉석에서 소개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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