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PD, 간접광고 대가 돈받아

  • 입력 2006년 12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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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연출하는 드라마에서 간접광고를 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지상파 방송국 PD와 방송사 소품 담당 감독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대호)는 지난달 30일 드라마에 간접광고를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드라마 외주 제작사에서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모 방송국 드라마 전 PD 김모(38) 씨를 구속했다.

또 검찰은 같은 혐의로 이 방송국 자회사 소품 담당 총감독 박모(50) 씨를 구속하고 다른 지상파 방송국 자회사 전 PD 이모 씨, 외주 제작사 관계자, 소품 담당자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PD는 6월 드라마 연출을 담당하면서 D회사에서 “모 식당과 대학교가 드라마에 잘 노출돼 광고 효과가 나도록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부인 명의 계좌로 2000만 원을 받는 등 총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김 전 PD는 2004년 6월에는 해당 방송국 드라마 제작센터 주차장에서 탤런트 최모 씨에게서 드라마에 출연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여주인공의 사무실 직원 역을 맡게 해 주고 5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김 전 PD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처남 등 가족 명의의 예금 계좌로 5500만 원을 분산시켜 송금 받았으나, 검찰 수사가 계속되자 최근 회사에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감독은 2004년 10월 A광고대행사에서 당시 인기리에 방영 중이던 드라마에 화장품과 가구가 노출되도록 의도적으로 배치해 광고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500만 원을 받는 등 맥주, 휴대전화, 자동차 등을 간접광고해 주는 대가로 작년 8월까지 1억8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부족한 제작비 보충을 위해 금품을 수수했다고 하나 대부분 수수한 금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PD에게 금품을 제공한 외주 제작사들은 간접광고 등을 통해 그 손실을 보충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PD와 소품 담당자 등 방송사 관련자 10여 명이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금품을 받거나 드라마 제작비를 횡령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TV 프로그램의 간접광고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방송위원회가 2006년 징계 조치한 사례만 해도 모두 42건에 이른다.

MBC 드라마 ‘있을 때 잘해’는 출연자가 홈쇼핑 광고 장면에서 ‘발마사지기’ 등을 직접 설명하는 장면을 내보내 중징계인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았다.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도 승마식 운동기구를 설명하는 장면을 5회 방송해 같은 조치를 받았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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