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자갈치시장 강제철거 앞둔 노점상들 대책 호소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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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린 우째 살라꼬….”

부산 자갈치시장이 8월 새 단장을 마친 뒤 우여곡절 끝에 다음 달 1일 문을 연다. 그러나 자갈치시장 일원에서 20∼50년간 장사를 해 온 노점상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처지에 놓였다.

▽자갈치 아지매의 하소연=“30여 년을 하루같이 이곳에다 목숨을 붙이고 살았지요. 다섯 명 식구가 쳐다보고 있는데….”

자갈치시장 입구 해변가 도로에 좌판을 차려 놓고 갈치와 조기를 팔고 있던 박순임(70) 할머니는 “아무리 그래도, 내쫓는 법은 없는기라”며 시름에 잠겼다.

박 할머니처럼 이곳에서 영업 중인 ‘자갈치 상인이웃회’ 소속 노점상은 400여 명에 이른다. 바로 이 노점상들의 삶의 터전이 새 자갈치시장의 영업에 지장을 주는 데다 해안도로와 친수공간 조성 등 행정당국의 연안정비사업 계획에 따라 사라져야 할 형편에 놓였다.

당국은 자진 철거를 하지 않으면 조만간 강제 철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9일 대책회의를 연 부산시와 중구청은 “자갈치시장이 현대화된 만큼 이 일대의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상인이웃회는 “당장 1일부터 가건물이 철거되면 이곳에서 사용료를 주고 영업을 해 오던 38명을 비롯해 모두 65명이 갈 곳이 없어진다”며 “해안도로 확장 구간 중 아직 여유가 있는 공터에서만이라도 장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상인들은 특히 용역을 줘 마련한 남포6가 일대 공유수면매립허가 및 건축물 건립 등을 행정기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새 자갈치시장=새 자갈치시장은 2003년부터 총사업비 403억 원을 들여 낡은 시장 건물을 헐고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7856평 규모의 현대식 건물로 8월 완공됐다. 주변에는 650여 평의 친수공간이 마련됐으며 건물 외벽에 52개의 조명등이 환상적인 야경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송풍탑 위치와 관리비 및 사용료 문제, 상가 내 자리 배정을 둘러싼 상인들 간 갈등 등으로 재개장이 늦춰져 왔다.

자갈치시장의 운영 주체인 부산어패류처리조합은 내달 1일 개장하기로 하고 28일부터 그동안 임시로 사용해 온 가건물에 있는 집기류와 수산물을 새 시장으로 옮기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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