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세금은 적게, 연금은 많이”…국민연금 백태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3분


‘소득을 낮게 신고해 세금을 적게 내면서도 국민연금 보험료는 많이 내는 사람,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을 모두 체납한 연예인….’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을 둘러싼 백태가 의원들의 표적이 됐다.

▽‘세금은 적게, 연금은 많이’=일부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들은 소득에 대해 국세청에는 적게 신고해 세금액을 줄이고 국민연금관리공단에는 높게 신고해 연금은 많이 내고 있었다.(한나라당 안명옥 의원)

이들의 국민연금 신고소득은 국세청 신고소득보다 월평균 44만1029원(국세청 신고액 대비 27.3%) 많았다.

8월 현재 지역가입자 가운데 의사와 변호사 등 12개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 1만227명 가운데 과세 소득이 있는 7149명이 국세청에 신고한 월소득은 161만2872원이었으나 국민연금 신고소득은 205만3901원이었다.

안 의원은 “‘지역가입자는 가입자의 실제 소득보다 더 많은 소득을 신고할 수 있다’는 국민연금 시행령을 활용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더 많은 연금을 받기 위해 국세청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더 많은 소득액을 신고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두 납부 거부’=건강보험료를 체납해 특별 관리를 받고 있는 프로 스포츠 선수, 연예인, 펀드매니저 등 1124명 가운데 513명(45.6%)은 국민연금도 체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나라당 전재희 의원)

이들의 총체납액은 13억3800만 원이며, 평균 체납기간은 19개월이었다. 3년 이상 체납자는 101명이나 됐다. 국민연금 체납자의 63.1%가 1년 이상 장기 체납자로 파악돼 한 가지 사회보험을 내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회보험도 내지 않는 경향이 드러났다.

▽‘10명 가운데 3명만 낸다’=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 전체 지역 가입자의 71%인 644만여 명이었다.(안명옥 의원)

9월 현재 지역가입자는 907만6000명. 이 가운데 53.8%인 488만5000여 명이 저소득층 ‘납부예외자’이다. 소득을 신고한 지역 가입자 419만300명의 37.1%인 155만6000여 명이 1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했다. 총 644만2000여 명은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연금사각지대에 빠질 소지가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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