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단속 걸려 전학…"고교생 인권침해 여전"

  • 입력 2006년 10월 8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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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선생님이 직접 교실로 가위를 들고 와 우리를 '몽실이'로 만들어놨어요", "급식메뉴 오늘은 배추김치, 내일은 김치찌개, 모레는 김칫국, 그 다음날은 김치부침개"

전국 고교학생회 모임인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가 지난달 초 개설한 '학생권리침해 신고센터'(112.highschool.or.kr)에 접수된 사례 가운데 일부다.

신고센터에 접수된 100건 가량의 신고 중 가장 많은 것은 두발규제와 급식에 관한 불만이었다.

경기 B고교 학생은 "머리를 자르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은 친구가 강제로 전학을 갔다"고 했고, 경기 I고 학생은 "학교가 3주마다 두발검사를 하는데 걸리는 학생에게는 부모님을 소환하겠다고 윽박지른다"고 하소연했다.

학교 쪽이 진학지도나 성적산출을 이용해 두발을 규제하고 단속에 걸리면 강도높은 체벌을 한다는 글도 많았다.

인천 K고 학생은 "두발제한에 걸리면 생활기록부에 벌점이 남고 가산점 받은 것까지 취소돼 진학에도 지장을 받는다"고 했고, 충남 G중 학생은 "매주 월요일 강당에 전교생이 모여 두발단속을 받고 걸리면 체벌을 받는다"고 전했다.

두발 문제 말고도 "학교가 길이가 20인치를 넘지 않는 치마는 '짧아서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모두 압수해 교복을 새로 사야 했다"(수원 Y여고), "학교가 말도 안되는 이유로 학생회 간부를 제명했다"(경기 M고)는 등 생활과 관련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강제 실시를 고발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서울 A고 학생은 "방학 중 자율학습 신청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써냈더니 담임선생님이 새 신청서에 부모님 사인까지 위조해 동의한다고 꾸며서 제출했다"고 털어놨다.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교사에게 받은 체벌로 허벅지와 등에 심한 상처를 입은 학생과 운동장에서 단체로 '엎드려 뻗쳐' 체벌을 받고 있는 학생의 모습 등이 찍힌 사진도 신고센터에 올라왔다.

학생회연합회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와 교육부가 두발규제를 최소화하라는 권고를 각 학교에 내렸지만 두발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 등 학교는 여전히 인권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며 "신고가 접수된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고 인권위에 진정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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