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감사들 판공비로 정치후원…만화책 구입도"

  • 입력 2006년 9월 28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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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의 감사들이 고액의 판공비를 받아 불법적인 용도나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이 28일 주장했다.

국회 문광위 소속 이 의원이 한국관광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등 문광부 산하 5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상임감사 판공비 사용내역'에 따르면 이들 기관의 감사들은 평균 1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것은 물론 이와 별도로 월평균 300여만 원의 판공비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판공비 내역을 살펴보면 골프비, 만화책 구입, 부조금 등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은 물론 정치인 후원금으로 사용해 정치권에 줄대기를 하는 불법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위원회 A감사의 경우 6차례에 걸쳐 국회 문광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 정치후원금을 판공비로 냈으며,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B감사는 2004년 총선 직전 여당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와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판공비를 이용해 축하금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현행 정치자금법 규정(31조2항)을 어긴 것이다.

문화예술위원회 A감사의 경우 만화책이나 아동용 도서 구입비에 판공비를 썼으며, KOBACO의 B감사는 지인들과 골프를 치면서 관계기관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며 관계증빙서류를 17차례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EBS의 C감사는 38개월의 재임기간에 경조사비 73건을 판공비에서 지출했으나 확인 결과 모두 업무와 관련 없는 지인들에게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중앙위원으로 일하다 관광공사로 자리를 옮긴 D감사는 월 360만원의 판공비를 모두 식대로 사용했는데, 주로 현역 여당 국회의원 및 보좌관, 청와대 관계자 등과 만나 쓴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 E감사는 판공비의 용도조차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낙하산 인사를 통해 기용된 공공기관 감사들이 판공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다"면서 "감사 직무는 뒷전으로 하고 정치권 줄대기에 여념이 없는 공공기관 감사들의 행태는 도덕적 파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드러난 정치자금법 위반 및 불법유용 사례에 대한 검찰수사와 함께 모든 정부부처 산하기관 감사의 판공비 사용 내역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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