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수법 가르치고 병원장은 허위진단서 발급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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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조심스럽게 후진했는데도 난데없이 차가 나타나 접촉사고가 났다면 한번쯤 보험사기단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억대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단 일당 4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일당에는 보험설계사까지 끼어 있었고, 보험회사 직원들이 주말에는 규모가 크지 않은 교통사고는 직접 확인하는 일이 드물다는 사실을 알고 주로 금요일 밤에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들은 보험사기단의 함정에 빠진 줄도 모른 채 스스로를 가해자로 알고 지금까지 할증 보험료를 내 왔다.

▽병원장, 수리업자도 한통속=서울 송파경찰서는 2002년부터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병원장과 보험설계사, 차량수리업자와 짜고 허위진단서와 견적서를 발급받아 64회에 걸쳐 보험회사에서 총 4억5000여만 원을 받아낸 홍모(31) 씨 등 8명을 구속하고 3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기단에는 보험설계사 이모(34) 씨가 끼어 있었다. 이 씨는 다른 공범들에게 교통사고를 내는 방법, 보험회사에 서류를 제출하는 방법 등 보험사기 요령을 가르쳤다.

경찰에 적발된 이들 중에는 사기단과 짜고 허위진단서를 발급하고 보험료를 과다 청구한 3개 정형외과 원장 등 병원 관계자 6명과 자동차수리 견적을 과장한 차량수리업소 관계자 2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일반 운전자를 상대로 고의로 접촉사고를 내 피해자인 것처럼 속여 보험회사에서 치료비와 합의금을 타냈다. 또 일당끼리 가해자와 피해자 역할을 맡아 가짜 사고를 내기도 했다.

홍 씨가 주도한 이들 사기단은 초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지난해 사행성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다 망한 정모(31) 씨가 가담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병원과 차량수리업소 측은 허위진단서와 자동차수리 견적을 과장해서 보험회사로부터 돈을 타냈다.

▽보험사기 수법=경찰은 64건의 사고를 분석한 결과 드러난 범죄수법을 공개하고 운전자들에게 보험사기에 대비하는 요령을 설명했다.

①주차장 사고를 의심하라=보험사기단은 주차장이나 복잡한 거리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2003년 1월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주차장에서 주차를 위해 전진 후진을 반복하고 있던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았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 차량 운전자에게 “당신이 잘못해 사고가 났다”고 우기면 순순히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음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 이들은 이렇게 하다 실패해 ‘가해자’로 판명되면 자신들의 차에 동승한 피해자가 많은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과다 청구했다.

②금요일 밤을 좋아하는 사기단=이들은 보험회사 직원들이 병원에 직접 와 보지 않는 주말을 노렸다. 이들은 주5일 근무제 실시 후 주말에는 보험회사 보상담당 직원이 직접 병원에 나와 환자를 조사하지 않는다는 점과 보험회사가 소액 보험금이 지급되는 사고에 대해서는 견적서와 사진 등으로만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점을 이용했다.

③골목길에서 나올 때 조심하라=보험사기단은 골목길에 있다. 지난해 11월경 이들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골목 근처에 있다가 골목에서 큰길로 나오는 차량을 노렸다. 골목에서 차가 나오자 직진하는 척하며 들이받은 것. 이들은 “직진하는데 갑자기 골목에서 차가 튀어나와 사고가 났다”며 책임을 떠넘긴 뒤 합의금과 차량수리비 등 650만 원을 보험사에서 타냈다.

④끼어들기 차도 범행 대상=올 2월경 이들은 강남구 신사동 강남대로에서 자신들이 탄 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를 주저 없이 들이받아 보험사에서 110만 원씩 타냈다. 직진 차량보다는 차로를 변경하는 차에 과실이 있다는 것을 악용한 수법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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