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허술한 소방대책 불붙은 비난여론

  • 입력 2006년 8월 22일 0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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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6시 35분경 광주 동구 학동 삼익세라믹아파트 12층에서 불이 났다.

여름날 오후 집주인이 외출한 사이 발생한 이날 화재는 소방 당국의 분류기준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이 아니고 다수의 인명과 재산상 피해 가능성이 낮은 아파트 한 채의 ‘단순 화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이 나고 2시간여 동안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에게 이날 화재는 ‘한여름 밤의 악몽’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이날 현장을 둘러싼 주민들은 “왜 소방차에서 물이 나오지 않느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1000여 명으로 늘어난 주민들은 소방관들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고, 일부는 현장 정리를 하는 의용소방대원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은 줄잡아 70여 명, 소방차도 고가사다리차 2대를 포함해 20대나 됐다.

하지만 불길에 닿게 물을 뿜은 소방차는 단 한 대에 불과했다. 30여 분이 지나 도착한 46m 고가사다리차는 36m의 화재지점까지 사다리도 펼쳐 보지 못한 채 허둥댔다.

광주시소방본부 관계자는 “스프링클러와 옥내 소화전 등 소방 설비와 경비원들의 초기 진화 능력이 미흡했다”며 “주차장에 꽉 들어찬 차량들 때문에 소방차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도대체 우리 소방관들의 능력이 고작 이 정도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관들의 기계조작 능력이 떨어지고 현장을 지휘해야 할 관할 소방서장이 6월 퇴직한 이후 아직까지 그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광주시내 아파트는 32만4150채로 전체 주택(46만2030채)의 70%를 넘어선 상태. 소방 당국이 “아파트는 위험시설이 아니다” 또는 “주차 차량이 문제”라는 식의 변명에 언제까지 안주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다.

김 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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