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집 갓난아기 시신 2구’ 4대 미스터리

  • 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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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한 빌라의 냉동고에서 갓난아이 시신 2구가 발견된 지 사흘이 지났지만 미스터리 영화처럼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경찰은 프랑스인 C(40) 씨의 집에서 혈흔이 발견됐고 숨진 영아를 싼 수건과 비닐봉지가 C 씨의 집에서 사용하던 것인 점을 들어 출산이 이 집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14세 정도로 추정되는 소녀를 13일 집 앞에서 목격했다는 이웃의 증언이 나와 소녀의 정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태어난 아기인지, 누가 냉동고에 넣었는지 등 핵심적인 의문은 갈수록 눈 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쌍둥이인가=두 갓난아이의 쌍둥이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냉동고 5번째 칸에서 발견된 영아는 몸무게가 3.24kg이고 4번째 칸에서 발견된 아기는 3.63kg이다.

보통 쌍둥이 갓난아이의 몸무게가 2.7∼2.8kg인 것에 비하면 무거운 편이다. 게다가 쌍둥이의 몸무게가 400g이나 차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찰 관계자는 “쌍둥이 여부는 빠르면 1주일 뒤쯤 유전자(DNA) 검사 결과가 나와야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갓난아이는 백인이거나 백인 혼혈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혈흔과 수건에서 발견된 모발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분석 중이다.

▽어디에서 낳았나=경찰은 시약검사를 통해 베란다와 화장실 등에서 혈흔을 발견하고 출산이 집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탯줄을 자른 부분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도 병원이 아닌 곳에서 출산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영아를 싼 수건은 집에서 C 씨가 쓰던 수건이며, 영아 시신을 담은 비닐봉지도 부엌에 보관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영아 시신의 폐에 공기가 들어 있는 점으로 미뤄 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누가 냉동고에 넣었나=경찰은 C 씨가 한국에서 만난 프랑스인 친구 P(47) 씨가 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휴가 중 C 씨의 집을 드나들 수 있었던 사람은 C 씨가 보안카드 관리를 맡긴 P 씨이거나 P 씨에게서 보안카드를 넘겨받은 ‘제3의 인물’밖에 없기 때문.

이웃들은 “P 씨가 자주 드나들어 함께 사는 줄 알았다”고 말하고 있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P 씨가 이번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됐을 가능성에 대해 경찰은 수사 중이다.

하지만 P 씨는 C 씨가 귀국한 뒤인 21일 프랑스로 휴가를 떠나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또 출입 기록상 P 씨의 보안카드는 3, 7, 13, 17일 4차례 사용됐고 5, 6분 정도 집에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 정도의 짧은 시간에 누군가를 데려와 출산까지 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물론 C 씨가 프랑스로 휴가를 떠나기 전이나 집으로 돌아온 18일 이후 출산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문제는 두 갓난아이가 꽁꽁 얼어있는 상태여서 숨진 시기를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 사건 발생 시기부터 측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사는 더욱 미궁에 빠져 있다.

▽백인 소녀의 정체는=경찰은 탐문수사를 통해 14세 정도로 추정되는 소녀를 13일 집 앞에서 목격했다는 이웃의 증언을 확보했다.

이 이웃은 “청소를 하기 위해 집을 나왔는데 호리호리한 몸매의 소녀가 문 앞에 서 있다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C 씨의 두 아들이 11, 9세여서 14세가량의 이 백인 소녀와는 나이 차가 있다는 점에서 이 소녀가 C 씨 가족과는 별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추정하면서도 정체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인근의 외국인학교와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탐문수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마리(가명·17) 양은 “초중고교를 모두 합쳐도 정원이 300명 정도라 누군가가 임신했다면 금방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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