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은 언제나 집유? 두산비리 박용오·박용성 형제에 선고

  • 입력 2006년 7월 21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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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돈 286억 원을 횡령하고 2838억 원의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던 두산그룹 오너 3형제에게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인재)는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혐의로 기소된 박용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대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 원 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과 함께 기소된 박용만 전 두산그룹 부회장에 대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40억 원을 선고했다.

박용오·박용성씨 항소심 사진보기

이날 선고 결과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올해 2월 두산그룹 오너 일가에 대해 1심에서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국민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판결"이라며 비판했음에도 또 다시 나온 집행유예 판결이어서 법원 내에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들이 거액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협력회사까지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횡령액을 모두 상환했고, 이중 60억 원은 가족 회사에서 횡령한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두산그룹의 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았다"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1심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거나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집행유예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유전불벌(有錢不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1심 선고 결과를 의식했는지 "항소심은 1심 형량이 적정한지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형량이 적정한 범위를 벗어났는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 선 박용오 박용성 형제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1심대로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갔다.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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