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본사 불법점거]긴박했던 20일 밤

  • 입력 2006년 7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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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빠져나가는 노조원20일 오후 11시 40분경 경북 포항시 포스코 본사를 점거 농성 중이던 전문건설노조원 가운데 90여 명이 한꺼번에 농성장을 빠져나와 1층 로비에서 귀가조치에 앞서 경찰에 확인서를 쓰는 절차를 밟고 있다. 포항=전영한 기자
농성장 빠져나가는 노조원
20일 오후 11시 40분경 경북 포항시 포스코 본사를 점거 농성 중이던 전문건설노조원 가운데 90여 명이 한꺼번에 농성장을 빠져나와 1층 로비에서 귀가조치에 앞서 경찰에 확인서를 쓰는 절차를 밟고 있다. 포항=전영한 기자
경북 포항시 포스코 본사 건물을 8일째 점거하고 있던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원들이 20일 밤 한때 자진해산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지경(40)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이날 오후 자진해산 여부를 놓고 분회별로 토의한 결과 해산을 원하는 노조원이 많자 “노조원이 내려가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는 뜻을 관련 노동단체를 통해 경찰 쪽에 알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금 해산하면 선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이를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도부까지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인 노조원들이 자진해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

실제로 일부 노조원이 이날 오후 7시 반경 포스코 본사 건물 5층 계단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자진 철거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사태가 마무리됐다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왔다.

경찰도 오후 8시 반경 노조원들의 자진해산 의사를 믿고 본사 건물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바리케이드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조원들은 경찰의 움직임을 강제진압 시도로 오해하고 “경찰이 약속을 어겼다”며 다시 바리케이드를 쌓고 격렬히 저항했다.

오후 9시 넘어 노조원들은 “다시 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며 자진해산 의사를 공식 철회했다.

그러나 농성 노조원들 내부에서는 ‘자진 해산하자’는 온건파와 ‘계속 투쟁해야 한다’는 강경파 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농성장을 빠져나온 노조원들은 “어제 한 노조원이 10층에서 바깥 배관을 타고 탈출하려다 강성 노조원에게 적발돼 폭행당하기도 했다”며 “며칠 전부터 해산 문제를 놓고 노조원끼리 갈등이 심각해졌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노조 집행부는 이날 밤 본사 건물 밖으로 나가 있는 노조원과 가족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21일 오전 9시 민주노총 포항사무실로 집결하라’는 지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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