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직영 의무화 법안 논란

  • 입력 2006년 6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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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업자들 마스크 시위2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전체 학교급식 위탁업체 대표자 회의에 위탁업체 대표들이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한 항의 표시로 흰 마스크를 쓴 채 참석했다. 홍진환 기자
위탁업자들 마스크 시위
2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전체 학교급식 위탁업체 대표자 회의에 위탁업체 대표들이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한 항의 표시로 흰 마스크를 쓴 채 참석했다. 홍진환 기자
초중고교 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자 급식업체들은 실정을 모르는 졸속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일선 교장들도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직영급식을 하려면 3000억 원 이상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급식업무 때문에 교육이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시행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학교급식 어떻게 바뀌나=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에는 학교장이 학교급식을 직접 관리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이 선언적으로 명시된다.

의무교육인 초중학교에서 위탁급식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와 관할청 승인을 얻도록 해 사실상 직영급식을 의무화했다.

현재 위탁급식 학교는 계약이 끝나는 대로 직영으로 전환하고, 계약기간이 3년 이상 남은 학교는 3년 이내에 바꾸도록 했다.

고교의 경우 학운위 심의를 거쳐 위탁급식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식재료의 선정 및 구매·검수는 학교장이 담당하고 조리 배식 세척 업무만 부분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품질이 우수하고 안전한 식재료 사용 의무조항이 신설되고, 모든 학교급식 시설에는 영양교사나 국가가 인정하는 조리사를 배치해야 한다.

학교장과 급식 관련 업무 교직원, 급식 공급업자에 대한 벌칙 규정도 신설하고 원산지, 유전자변형 농수산물, 축산물 등급 등을 거짓으로 기재한 식재료를 쓴 공급업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서울시 교육감 “직영 전환 검토”=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중고교 교장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급식 대책회의를 열고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모든 학교에서 직영급식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직영급식이 식중독 사고 발생률이 낮고 사회적 흐름이 직영 전환을 요구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교장은 “아이들의 건강이 달린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예산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여론의 비위를 맞추려는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국 1655개 위탁급식 학교를 직영으로 전환하려면 시설비 인건비 등 2억 원씩 3310억 원이 소요되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본보 교육팀이 식중독 사태로 급식을 중단한 서울의 46개 위탁급식 학교를 설문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한 37개교 중 33개교가 위탁급식이 바람직하다고 대답했다. 37개교 중 23개교는 “위탁급식을 계속하겠다”고 밝혔고, 14개교는 “의견 수렴 중”이라고 답했다.

서울 Y고 관계자는 “정부가 인건비와 함께 시설비 수리비 등 재정 지원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직영으로 바꾸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교사가 교육보다 급식에 매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S고도 “학생 500명 이하 학교는 점심 급식만 하면 직영이 가능하지만 1000명 이상이고 점심 저녁 두 끼를 급식할 경우 직영은 불가능하다”며 “학부모가 배식 등을 도와주지 않으면 직영이 곤란한데 학부모의 동원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직영급식 학교인 서울 동일여고 관계자는 “현재는 급식비 중 수리비는 쓰지 못하게 되어 있어 학교운영비로 충당하고 학부모들이 검수나 배식을 도와줘 겨우 꾸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급식업체 집단 반발=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전체 학교급식 위탁업체 대표자 회의를 열어 식재료를 일괄 구매하거나 학교 간 공동 식단을 짜지 말도록 지시했다.

급식업체 대표 20여 명은 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한 항의 표시로 흰 마스크를 쓰고 회의장에 나왔고, 한국급식관리협회는 전국 대표자 회의를 가진 뒤 국회를 항의 방문했다.

5개 중고교의 급식을 맡고 있는 M사 이모(48) 씨는 “시설비와 식당 건축에 전 재산을 투자했는데 직영이 되면 쫓겨날 판”이라며 “8년간 급식사고 한 번 내지 않고 열심히 일해 온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J사 김모(47) 씨도 “가격을 낮추기 위한 일괄 구매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보다 식재료 검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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