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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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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가 본연의 업무와 관계없는 이런 식의 행사에 돈을 협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전현직 고위 인사들이 행사에 대거 참석한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는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만찬 비용으로 각각 5000만 원을 부담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본보 취재 결과 김대중평화센터는 5일 대한상의와 무협에 공문을 보내 “6·15선언 기념 만찬을 개최하니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센터는 또 공문 발송과 별도로 두 경제단체에 전화를 걸어 “행사비용으로 1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되니 협찬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대한상의와 무협은 협의를 통해 5000만 원씩 부담하기로 하고 김대중평화센터 측에 돈을 보냈다.
대한상의와 무협은 “남북 경협 활성화 차원에서 행사비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대중평화센터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도 같은 요청을 했으나 전경련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당초 본보 기자에게 “대외협력기금이 넉넉하지 못하고 정치적 오해의 소지도 있어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가 뒤에 “자금 지원을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특정 단체가 만찬 경비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요청이 와도 대부분 거절한다”며 “회원사가 행사비 지원 사실을 알면 좋아하지 않겠지만 이번에는 솔직히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재계에서는 이번 만찬에 참석한 인사 중 상당수가 지금도 고위직에 있는 점이 대한상의와 무협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행사에는 김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고건 이해찬 전 국무총리, 임동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 전윤철 감사원장, 김진표 교육부총리,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민주당 한화갑 대표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담당 비서관은 “행사비용의 일부를 참석자들에게서 일정액씩 받았지만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경제단체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기업이나 경제단체에 행사비 협찬을 요청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행사 비용 범위 내에서 받은 것인데 문제될 것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경제단체가 기업 활동과 아무 관련이 없는 단체의 만찬 비용까지 부담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치 행사에까지 기업의 주머니를 활용하는 잘못된 관행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김대중 평화센터::
2003년 초 김대중 전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아태평화재단이 해체되면서 만들어진 조직으로 주로 그의 퇴임 후 활동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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