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대법관 “법관들 대법관 되려특정단체 눈치 본다”

  • 입력 2006년 6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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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욱(62·사법시험 9회·사진) 대법관은 9일 “법관들이 대법관 추천을 받기 위해 특정 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재판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면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지금도 그런 일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음 달 퇴임 예정인 강 대법관은 이날 대법원 집무실에서 열린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법관 후보 추천 제도를 비롯해 한국 사회의 갈등과 대립 현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현직 대법관의 언론 인터뷰는 이례적이다. 강 대법관은 검찰 출신 첫 수석대법관이다.

강 대법관은 “일부 단체가 대법관 후보 추천 명단을 공개하는 것도 문제지만 외부 추천과 자문위원회를 거치는 과정이 반드시 옳은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관이 대법관 추천을 받기 위해 이들 단체의 입맛이나 이념에 영합하고 눈치를 보는 조류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 대법관은 또 “우리 사회가 정치적 굴곡과 경제적 성장을 거치면서 인권의식이 높아졌지만 그 과정에서 분열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지역갈등만 있었으나 지금은 계층, 이념, 노사, 심지어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대법관은 “민주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갈등과 대립은 좋은 일이지만 우리는 승화하지 못하고 서로를 완전히 적대시한다”며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에 대해서도 극단적 표현으로 공격해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절제와 관용이 전제돼야 한다”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역사의 죄인인 것처럼 단죄하려는 식으론 민주주의가 성공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 직후 일부 정치권이 헌재 폐쇄를 주장하고 사법부를 비난한 데 대해 강 대법관은 “사회 지도자라는 정치인이 감정적으로 헌재를 없애자, 어느 대법관은 어떻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라며 “사법질서는 헌법질서의 한 축인데 그걸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가 대법원의 성향을 비판하는 데 대해서도 “보수와 중도, 진보를 구분하는 기준이 뭐냐”며 “보수는 수구꼴통이고 진보는 개혁이라는 식의 구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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