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잡을 ‘국민방독면’…41만개 착용때는 오히려 치명적

  • 입력 2006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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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2002년 9월에 생산된 국민방독면 전량이 불량품이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소방방재청은 국민방독면 성능검사를 한국표준과학원에 의뢰한 결과 2002년 9월 이전에 생산된 국민방독면 41만3617개의 화재용 정화통을 화재 시에 착용하면 오히려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전국 시군구청과 읍면동사무소, 민방위대원, 지하철 등이 보유 중인 116만 개의 국민방독면 중 35%에 이르는 수치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대피를 하려면 최소한 3분까지는 일산화탄소 기준치가 350ppm(1ppm은 100만분의 1g) 이내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불량 방독면은 성능이 기준치에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로 2500ppm의 일산화탄소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방독면의 화재용 정화통 성능검사를 한 결과 1분 이내에 허용 기준치인 350ppm의 3배에 가까운 1000ppm을 넘어선 것.

소방방재청은 이들 불량 방독면에 대한 리콜과 함께 해당 제조업체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한편 2002년 12월 이후에 제조된 국민방독면은 화재 검사 시 모두 기준치 이내에 들었다고 소방방재청은 설명했다. 전 민방위대원에게 방독면을 보급한다는 목표로 지급한 국민방독면은 정부차원에서 전쟁 등 국가 재난이나 대형화재를 대비해 마련된 것이다.

국민방독면의 성능 불량은 2003년 국정감사 등에서 문제가 제기돼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2004년 1월 수사에 착수해 제조업체인 S사가 불량품을 납품한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경찰은 당시 S사가 서울 25개 자치구에 13만4000여 개의 방독면을 납품하기 위해 방독면 업체 선정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해 준 대가로 국회의원 보좌관 박모 씨와 전 조달청 직원 왕모 씨에게 각각 2000만 원과 850만 원을 전달한 데 이어 방독면 성능 시험기를 조작해 불량 방독면을 납품한 사실도 확인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당시 표본조사에 사용된 방독면은 2002년 9월 이전에 생산된 제품이 아니라 2002년 12월 이후 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불량 방독면이 검사 대상에서 모두 빠지는 등 장비담당 공무원의 관리부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자체감사를 실시해 문책할 방침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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