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할머니 덕분에 공부 봉사로 보답할게요”

  • 입력 2006년 3월 21일 0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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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0시 대전 중구 대사동의 노인전문 요양원 실버랜드. 한남대 학생 25명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 큰 절을 올리자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늦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그동안 많이 외로우셨죠. 올해부터는 할머니 기부금으로 저희가 장학금을 받아요.”

“온다는 얘기 듣고 많이 기다렸어.”

학생들과 얘기를 나눈 할머니는 임윤덕 (82) 씨. 평생 행상으로 모은 재산 1억 원을 2004년 한남대에 기증한 뒤 학교가 알선해 준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본보 2004년 4월 10일자 A31면 참조

전 재산을 기부한 뒤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됐지만 “생활이 어려워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돕고 싶다”는 평소의 소망을 이뤄 행복하다.

한남대는 기부금으로 ‘임윤덕 할머니 장학금’을 만들었다. 이자가 발생하는 올해부터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임 할머니는 “이제 수천 명의 자식들(한남대생)이 생겨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시종 즐거운 표정이다.

그는 평안북도 의주 출신. 결혼한 뒤 자식이 없었고 그나마 의지하던 남편이 1973년 먼저 세상을 떠나 쓸쓸히 지내왔다.

학생들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요양원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노인들의 목욕과 식사를 도왔다. 또 미리 준비한 과일과 떡, 다과, 음료를 대접했다.

봉사활동에는 신입생들도 참가했다.

중국통상경제학부 김희정(19) 씨는 “신입생 환영 주간이어서 술에 찌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봉사 활동의 기회가 주어져 너무 좋다”며 “사회에 나가서도 할머니처럼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번 방문을 주선한 한남대 경상대학 이혁주(26·정보통계 4년) 학생회장은 “어렵게 돈을 벌어 돈을 쾌척한 기부자들이 언론을 통해 떠들썩하게 알려진 뒤 잊혀져 버리는 현실이 아쉬웠다”며 “앞으로도 자주 할머니를 찾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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