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빌딩이 모여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 ‘도시의 섬’에 서울의 유일한 샛강이 흐른다.
여의도 샛강은 한강 본류에서 갈려 나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작은 물줄기다. 63빌딩 앞에서 국회의사당 뒤까지 4.6km, 총면적은 15만6700평에 이른다. 26일 샛강은 인적이 드물어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겨울바람에 몸을 맡긴 갈대와 억새들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버드나무와 갈대의 샛강살이=샛강 갈대밭 사이로 무성한 버드나무 숲이 눈에 들어왔다. 강바닥에 버드나무가 무성한 모습은 서울에서 매우 이색적이다. 샛강에는 토종과 외래종 식물이 뒤섞여 살고 있다. 가지가 하늘로 쭉 뻗은 버드나무 외에도 능수버들(가지가 아래로 축 처져 있는 형태), 용버들(가지가 구불구불한 형태), 갯버들(가지가 여러 갈래로 퍼져 있는 형태) 등 다양했다. 그 이유는 매년 이곳에 큰비가 내리면 한강 상류의 각종 씨앗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철새가 텃새로 정착=봄을 기다리는 샛강 개울가에는 왜가리와 쇠오리 무리가 먹잇감을 찾고 있다. 서울의 야생이 살아있는 풍경이다.
흰뺨검둥오리와 왜가리는 겨울철새지만 먹이가 풍부한 샛강에 자리를 잡아 텃새가 됐다. 연못 속을 들여다보니 잉어, 붕어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가물치, 참게와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는 외래종 배스도 있다고 한다. 서울시는 1997년 전체 샛강 가운데 5만5000평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하지만 생태공원 옆에 대형주차장이 있고 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 자재를 쌓아 놓으면서 샛강의 생태 축은 일부 끊어졌다. 서울시는 방치되고 있는 샛강 약 9000평을 하천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논의하고 있다.
동국대 오충현(吳忠鉉·산림자원학) 교수는 “샛강 숲과 같은 하반림(하천 바닥의 숲을 의미)은 큰비가 오면 물에 잠겨 많은 식물이 죽고 새 식물이 자라 식생의 변화가 많다”며 “다양한 동식물이 혼재된 이곳은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1번 출구로 나와 걸어서 5분 거리. 02-3780-0570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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