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군부대 탄약고…경계체제 허술

  • 입력 2006년 1월 30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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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영내 탄약 창고에 또 괴한이 침입한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해당 부대 측은 사건 발생 6시간 동안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고 경찰에 공조수사 요청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육군 50사단에 따르면 27일 오전 10시 반경 예하 부대인 경북 영천의 모 부대 외곽 철책 3군데와 탄약고 철책 등 모두 4군데의 철책이 가로 50㎝, 세로 70㎝가량 각각 뚫려 있는 것을 설 연휴를 앞두고 점검 중이던 부대 관계자가 발견했다.

이에 부대 측은 탄약고 내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를 확인한 결과 복면을 한 괴한 1명이 이보다 6시간 앞선 오전 4시 반경 교육용 탄약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경보기가 울리자 그대로 달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탄약고에는 총기류 없이 교육용 실탄만 보관돼 있었다.

경보시스템이 작동될 당시 이 탄약창고에서 80여m 떨어진 고가(高架)초소에 병사 2명이 경계근무 중이었고 1명은 외곽 순찰을 하고 있었으나 경보기가 울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또 상황실에도 경보기 작동 사실이 감지됐으나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

이와 함께 부대 측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관할 경찰서에 검문검색이나 공조수사를 위한 협조요청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육군본부 헌병단 등과 함께 수사에 나선 50사단은 괴한이 심야에 조명기구를 사용하지 않은 채 초병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피해서 침입한 점 등으로 미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일 것으로 보고 최근 전역자 등의 명단을 확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50사단 관계자는 "탄약고 경보기는 자물쇠와 문에 손을 댈 경우 울리나 손을 떼면 소리가 멈춰 경보음이 울린 시간은 극히 짧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찰에 협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은 6시간이나 지난 데다 탄약 수량 등에 이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2월 7일 밤 강원 고성의 최전방 부대 초소에서도 예비역 중사인 정모(26) 씨 등 2명이 침입해 총기 2정과 수류탄, 실탄 등을 탈취해 달아났다가 검거되기도 했다.

영천=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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