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제가 형을… 죽였습니다”

  • 입력 2006년 1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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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보험금을 받도록 자신을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친형을 살해한 30대가 7년 11개월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전북 임실경찰서에 따르면 식당에서 일하는 박모(32) 씨는 1998년 전북 정읍과 충남 당진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형(당시 32세)으로부터 “나를 죽이고 보험금을 가족이 받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형은 경영난으로 빚더미에 앉은 상태였다.

박 씨는 처음엔 거절했지만 “도와주지 않아도 어차피 자살할 것”이라는 형의 설득에 넘어가 1998년 1월 18일 오전 1시 반경 전북 임실군 덕치면의 국도에서 쏘나타 승용차로 형을 친 뒤 달아났다.

박 씨의 형수 이모(39) 씨는 남편이 숨진 뒤 보험금 7억여 원을 받았다. 박 씨는 이 중 50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이후 매일 밤 형이 꿈에 나타나고 환청에 시달리자 성격이 변하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했고 사소한 일로 동료와 다투는 일이 많았다.

박 씨는 결국 괴로움과 죄책감을 견디다 못해 1일 경찰에 자수했다. 촉탁살인죄의 공소시효(7년)가 지난해 1월로 끝났지만 경찰은 살인죄를 적용할지를 검토 중이다.

그는 “공소시효가 10년인 줄 알았다”며 “자수하면 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괴롭기만 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형수 이 씨는 범행 관련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실=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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