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치맛바람…형편 어려운 자녀 친구들과 체험학습 나들이

  • 입력 2005년 12월 30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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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왕초등학교 학부모들이 29일 학교 운동장에서 올 한 해 동안 틈틈이 보살펴 온 이 학교 저소득층 어린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영대  기자
서울 인왕초등학교 학부모들이 29일 학교 운동장에서 올 한 해 동안 틈틈이 보살펴 온 이 학교 저소득층 어린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영대 기자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초등학교의 학부모 11명에게 올해는 사랑을 실천하면 결국 자신이 넉넉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한 해였다.

이들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돕는 멘터(Mentor)를 자처해 아이들과 함께 토요휴업일에 체험학습을 다녔다. 또 매달 쌀을 제공하는가 하면 틈틈이 저녁식사와 함께 영화 감상을 하며 사랑을 베풀었다.

모임은 올해 초 학부모 이정애(李貞愛·43) 씨의 제의에 따라 출범했다.

이 씨는 “토요휴업일인 넷째 주 토요일에 보통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체험학습을 하지만 저소득층 자녀는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라며 이들을 돕자고 제의했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와 이들 아이를 데리고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가 하면 서울랜드 안산벚꽃길 한강둔치수영장에도 함께 갔다. 토요휴업일 아침에는 정성 들여 김밥과 간식을 준비했다.

이들은 아이들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생활실태를 보고 눈물짓기도 했다.

“수영장에 갔을 때 한 아이의 온몸이 담뱃불로 지진 자국처럼 멍이 들어 있었어요.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벌레와 모기에 물린 자국이라고 하더군요.”(강은숙 씨)

학부모 모임의 김경애(金慶愛·45) 회장은 “아이들이 처음에는 쭈뼛거리며 손가락만 빨았지만 지금은 골목 어귀에서 우리를 보면 뛰어들어 안길 정도로 친해졌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동이 소문나면서 후원의 손길도 이어졌다.

모임의 결성을 도운 인왕초교 김여옥(金如玉) 교장은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도서상품권을 선물했고 홍제3동사무소는 매달 10만 원, 문화촌성결교회에서 매달 쌀 두 포대를 보태기도 했다. 회원들은 이 아이들을 도우면서 무엇보다 자신들의 자녀가 함께 변하는 데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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