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 유지담 前대법관 퇴임사 공개비판

  • 입력 2005년 11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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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퇴임하면서 재직 중의 잘못을 털어놓은 퇴임사를 남겨 화제가 된 유지담(柳志潭·64) 전 대법관을 현직 부장판사가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서울행정법원 신동승(申東昇·44) 부장판사는 최근 법률전문지 ‘법률신문’에 기고한 ‘반성합니다’라는 글에서 “대법관마저 준비서면도 제대로 읽지 않고 사건 파악을 소홀히 한 채 재판을 했다고 하면 일반인들이 하급심 법원의 재판을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인들은 판사들이) 기록도 제대로 보지 않고 주장도 흘려들으며 각종 로비를 받아 대충 판결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믿지 않겠느냐”며 “법관들의 재판방식에 잘못된 점이 없다고 우기려는 생각은 전혀 없지만 법관들이 제멋대로 대충 재판을 해 왔다는 (유 대법관의)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썼다.

신 부장판사는 “대법관님께서 평소 그런 소신을 가지고 계셨다면 차라리 재직 중에 그런 소신을 밝혔으면 보기 좋지 않았을까요”라고 글을 맺었다.

유 전 대법관은 퇴임하면서 “당사자의 주장 청취를 시혜적인 일로 착각한 채 법관의 권위는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 침묵했다”며 “충분한 기록검토와 휴식을 취한 후 맑은 정신으로 재판에 임하겠다고 항상 다짐하고는 이를 실천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기록도 제대로 보지 않는 법조인은 대법관이나 판사뿐 아니라 변호사 자격도 없다’는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유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허가해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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