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3시경 경기 의왕시 내손동 비닐하우스에서 D초등학교 3학년생 권모(9) 군이 개에게 물려 숨져 있는 것을 담임교사 장모(54) 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장 씨는 “권 군이 이날 학교에 나오지 않아 집을 찾아가 보니 숨져 있었다”면서 “사냥개가 사납게 날뛰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상황=권 군은 살림집을 겸한 비닐하우스 현관 바로 안쪽에서 양말만 신고 상하의가 모두 벗겨져 있었으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엎드린 자세로 발견됐다.
권 군의 몸은 수십 군데나 깊은 상처가 있었다. 또 개에게 끌려 다니며 긁힌 듯한 자국이 여기저기 있었다. 비닐하우스 밖 마당에는 찢겨진 권 군의 옷가지와 책가방 등이 흩어져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구조대 10여 명은 권 군을 물어 죽인 것으로 보이는 사냥개가 생포하기 어려울 정도로 날뛰자 권총 3발을 발사해 사살했다. 이 개는 몸길이가 130cm가량이었다.
경찰은 권 군이 10일 오후 7시경까지 친구와 놀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 이날 늦게 귀가하다 사냥개에게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사건 현장=권 군이 숨진 비닐하우스는 의왕 백운호수에서 외딴길을 따라 200여 m 떨어진 외진 곳에 있다. 이 비닐하우스는 방 3칸과 부엌 등이 있으며 마당에는 개 염소 닭 등을 키우는 우리가 있다. 개 5마리가 각각 별개의 우리에서 살고 있었으며 숨진 사냥개가 있던 우리만 문이 열려 있었다.
▽권 군 주변=권 군 부모는 권 군이 돌이 갓 지났을 무렵 이혼했다. 이후 권 군 어머니는 재가해 자녀 2명을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조부모는 권 군 어머니가 이혼의 아픔을 잊고 잘 살길 바라며 권 군을 자진해서 맡아 기른 것으로 전해졌다.
권 군 외조부 김모(61) 씨는 “딸이 가끔 손자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했다”고 말했다.
김 씨 부부는 농사일을 위해 충남 당진을 하루 이틀씩 오가며 지냈다. 지난달까지 권 군과 함께 지내던 이모는 거처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김 씨 부부는 이번 주 추수를 하기 위해 평소보다 길게 집을 비워야 했기 때문에 월요일 권 군이 먹을 밥을 해 놓고 라면을 사둔 뒤 당진으로 갔으며 매일 안부 전화를 했다. 10일 아침에도 권 군과 통화했다. 이들은 11일 귀가할 준비를 하던 중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이들은 집에 도착하자 오열했다.
권 군의 일기장에는 ‘할아버지가 개 먹이를 싣는 것을 도와 줬다’ ‘친구들과 컴퓨터를 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삼촌 집에 들렀다’ 등 어린이의 평범한 일상이 담겨져 있었다.
D초등학교 관계자는 “권 군은 불우한 환경에서 지내면서도 학교생활이 모범적이어서 지난 학기에 장학금까지 받았는데 이런 일을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왕=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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