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비대위 주도… 勞政 더 꼬일듯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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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2가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사퇴를 발표한 뒤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권주훈 기자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2가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사퇴를 발표한 뒤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권주훈 기자
《‘사회적 대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해 2월 출범했던 이수호(李秀浩) 체제의 좌초는 앞으로 노-정(勞-政) 대화 실종, 노동 현안을 둘러싼 노동계의 실력행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위원장 조기 선거를 앞두고 계파 간의 알력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1995년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총사퇴 배경=이수호 체제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노동계는 ‘친노동 정권’인 현 정부와의 밀월관계를 예상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지난해 노동정책을 바꿔 ‘법과 원칙’을 앞세운 정부와 LG칼텍스정유, 대구지하철 파업, 비정규직 보호법안 문제 등에서 끊임없이 충돌해야 했다.

올해 들어서는 현대·기아자동차 취업비리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사회적 대화 재개를 위해 가진 대의원대회가 반대파의 폭력사태 속에 3차례나 무산되면서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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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타는 8일 구속된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건. 자신의 오른팔이 택시사용자 단체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반대파로부터 즉각 사퇴 압박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당초 ‘하반기 투쟁 후 내년 1월 조기 선거’ 방침과 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13일 사무국 간부 13명이 집단 사퇴하고 반대파를 중심으로 퇴진 압력이 거세지는 등 조직이 하반기 투쟁을 앞두고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자 사퇴 결심을 굳혔다.

이 위원장은 20일 사퇴 성명에서 “현 지도부는 내부 혁신을 통해 노동운동 거듭나기를 위해 노력했으나 부위원장 비리사건 이후 하반기 투쟁이 어려울 정도의 내부 분열로 인해 총사퇴를 결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모든 임원진은 백의종군하면서 최선을 다해 민주노총 사업에 복무할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고교 교사로 복직하지 않고 민주노총에 잔류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더 꼬이는 노동현안=21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그동안 사회적 대화에 반발해 왔던 공공연맹이나 금속연맹 등 강경파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보호입법,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노사정위원회 개편 등 하반기 노동 현안 해결 과정에서 대화보다는 실력행사를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한국노총과의 공동투쟁이나 국민대통합 연석회의 참여 여부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지도부의 총사퇴에도 불구하고 다음 달 1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뒤 17일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전후해 총력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민주노총의 투쟁 방향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 당분간 강경파가 주도권을 쥔다 해도 전체 대의원의 60%가 온건 성향의 국민파인 만큼 이들이 조기 위원장 선거에서 다시 집행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노동 현장에서의 파업동력이 급격히 떨어진 데다 정부가 강경 대응을 계속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黨政 ‘복수노조 허용’ 합의▼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0일 복수노조 허용, 직권중재 범위 제한, 노동조합 전임자 임금지원 제한적 허용 등을 골자로 한 ‘노동선진화 관련 법안’들을 내년 2월까지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김대환(金大煥) 노동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정책협의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등 4개 노동선진화 관련 법안들을 내년 2월 임시국회 때까지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미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로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지 않고 직권중재가 남발되는 경향이 있어 좀 더 노동기본권을 존중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수차례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을 표방해 온 국내 일부 대기업체의 노사관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직권중재의 폭이 제한되면 지금까지 단체행동권에 제한을 두던 철도 운수사업 전기통신 병원 등의 근로자도 자유롭게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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