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정읍 회룡초교 “전교생이 승마 즐겨요”

  • 입력 2005년 10월 15일 0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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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말을 타는 초등학교는 우리 학교밖에 없을 걸요.”

전북 정읍시 정우면 회룡초등학교(교장 曺喜宙·조희주). 전체 학생이 3학급 24명뿐인 벽지 소규모 학교이다.

대부분 학생이 극빈층이지만 전교생이 ‘귀족 스포츠’인 승마를 한다. 3월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에 학교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인 전주시 호성동 전주승마장에서 말을 탄다.

2년 전 부임한 조 교장은 열악한 가정환경과 교육 여건으로 열등감에 쌓여 있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넣어줄 수 있는 특기 적성 교육을 궁리했다.

전교생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명의 학생이 부모의 이혼 등으로 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겨지거나 생활보호대상자여서 과외는 커녕 학교에 다니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한다. 조교장은 양창규 전북승마협회장을 무작정 찾아가 “시골 아이들도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승마협회는 이사회를 거쳐 한달 23만 원의 강사료와 말 이용료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비싼 승마모자 대신 1만원 짜리 사이클 모자를 구입하고 버스 대절료는 학교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동창회에서도 일부 경비를 보조해 학생 부담은 1인당 2만 원으로 해결했다.

승마교육을 20 차례 이상 받으면서 이제는 대부분 말을 타고 트랙을 가볍게 달리는 수준이 됐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열등감에서 벗어나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승마단 대장을 맡고 있는 6학년 신우군(12)은 “몸이 유연해지고 모든 일에 용기가 생겼다”며 학생들이 목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이남씨(36)는 “서울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들도 얘기를 듣고 선택받은 아이들이라고 부러워 한다”며 “돈이 안 드는데다 아이의 자세가 반듯해지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학교 측은 아이들에게 승마탐구보고서와 말조사보고서, 승마주제 글짓기를 통해 교육효과를 높이려 노력한다.

조 교장은 “농촌 아이들이 학력으로 도시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장수 마사고나 남원 축산고 등 말과 관련된 학교에 진학해 틈새 취업을 노려 볼만하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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