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동문 집단대응' 검경 수사권대립 격화

  • 입력 2005년 9월 15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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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이 한가위 송편이라도 되는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한가위를 앞두고 더욱 볼썽사납게 진행되고 있다. 경찰대 총동문회는 홈페이지 글을 올려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기수·지역별로 총력 공세를 벌이자"고 선동했고 검찰은 이 글을 입수해 언론에 알려 '경찰 망신주기'를 시도했다.

시민들은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국민에 대한 봉사나 의무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생각하면서 서로 떡(권한) 하나 더 먹겠다고 하는 것 같다"며 눈살을 찌푸린다.

▽검찰이 공개한 경찰대 총동문회 홈페이지 내용=대검찰청 수사권조정팀은 11일 경찰대 동문회 홈페이지에 총동문회 명의로 올라온 '총력행동주간(2주차) 행동방침'이란 글을 14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이 글은 "청와대가 예상과 달리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고, 열린우리당 정책기획단의 대체적인 기류도 민생범죄에 한해 경찰 수사권을 인정하자는 절충론이 득세하고 있다"고 분석한 뒤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절충안을 막기 위해선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기수·지역별로 총력 공세를 벌이자"며 전담 마크조의 구성을 제시했다.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1, 14기, 경찰대 폐지를 추진 중인 최규식(崔奎植) 의원은 6, 19기가 맡는 식이다.

수사권 조정 공청회과 관련해선, "일과시간에 열리기 때문에 근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적극 참가하되 당직을 선 뒤 휴무를 이용해 공청회에 참석하자"고 했다.

▽경찰대 총동문회, "검찰상대 소송하겠다"=조길형(趙吉衡) 경찰대 총동문회장은 15일 "회원들만 이용하도록 되어 있는 홈페이지에 검찰이 불법적으로 접근해 자료를 유출함으로써 동문들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며 "민·형사 소송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15일 "경찰을 비방할 불순한 의도로 경찰대 졸업생만을 회원으로 하는 사이트에 비합법적 방식으로 접근해 얻은 문건을 언론에 배포한 검찰의 행동에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검의 한 간부는 "경찰대 동문이란 사조직을 동원해 국회를 대상으로 조직적인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민의의 왜곡으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이런 식의 대응이어선 수사권 조정에 대한 본질이 더 훼손된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권조정팀장인 박상옥(朴商玉)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15일 예정됐던 수사권 조정 관련 간담회를 취소했다.

한편 이날 한나라당 이인기(李仁基) 의원의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사권 조정 공청회엔 전·현직 경찰과 가족 4000여명이 참석, 대회의실은 물론 의원회관 복도와 회관 주변을 가득 매운 채 경찰의 수사권 확보를 주장했다.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의 편지=허 청장은 15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총회 참석 등을 위해 출국하면서 전국 경찰관 앞으로 e-메일을 보내 "경찰대 폐지 논란과 관련해 경찰을 이간질하려는 음해세력에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수사구조 개혁'을 위해 단결해야 할 시점에 조직 내에 불협화음이 있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고 이 같이 말했다.

허 청장은 또 "경찰대 출신 간부가 젊은 나이에 경위에 임용돼 순경 출신 경찰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는 우려도 있다"며 "근속 승진 계급을 경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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