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후보 97년 “몰래녹음 테이프 증거능력 없다” 판결

  • 입력 2005년 9월 1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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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李容勳) 대법원장 후보자가 대법관 재직 시절인 1997년에 당사자의 동의 없이 몰래 녹음한 테이프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을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11일 열린우리당 정성호(鄭成湖) 의원이 입수한 1997년 3월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주심으로 있었던 대법원 2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모(당시 나이 36·여) 씨에 대한 검찰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전남 목포시의 한 여자상업고 교사였던 정 씨는 수업 시간에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됐으며, 검찰 측은 학생들의 말을 녹음한 테이프를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이 테이프는 정 씨의 동료 교사 A 씨가 학생들을 자기 집으로 불러 정 씨에 관해 이야기하게 하면서 그 내용을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녹음해 수사기관에 건네준 것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이 테이프를 증거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테이프 내용과 자신들이 말한 게 같다고 인정해야 한다”며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테이프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동료 교사 A 씨가 학생들과의 대화를 녹음한 행위가 불법이었는지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열린우리당 박상돈(朴商敦) 의원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X파일’ 공개에 대한 견해를 묻자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오면 판결로 견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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