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모독하고 능멸하나” 조기숙 발언에 거센비난

  • 입력 2005년 8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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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趙己淑·사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대통령은 21세기에 있고, 국민은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고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즉각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발했고, 청와대는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조 수석은 25일 CBS 뉴스레이더에 출연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장기적인 혁신을 하려고 하는데 국민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며 “지금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지도자와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어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이어 “국민과 대통령의 코드가 안 맞을 때는 변압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언론이 해줘야 한다”며 “우리가 잘했는데 언론 때문에 이렇게 됐다기보다는 코드가 안 맞는 것은 분명히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26일 “대통령이야말로 과거에 빠져 있는, 미래가 없는 사람”이라며 “국민은 노 대통령의 새로운 스타일의 독재에 고통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대통령 측근이라는 사람이 국민을 무시하고 능멸하는 것인가”라고 거들었다.

김기식(金起式)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독재정권을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룬 국민이 독재시대에 빠져 있다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문제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파문이 커지자 조 수석은 이날 SBS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국민은 21세기형 정치를 해달라고 대통령을 뽑았는데 권위주의 때의 폭로정치, 음모정치 이런 것들을 계속 접하니 ‘이 정부도 똑같구나’ 하고 느끼는 것”이라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조 수석의 발언은 아직도 남아 있는 독재시대의 문화에 국민이 살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지 국민을 모독하고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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