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씨 리스트’ 거론 경관이 수사맡아

  • 입력 2005년 8월 23일 03시 08분


코멘트
검찰 경찰 MBC 등 각계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모(64·구속) 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2일 홍 씨에게서 병역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 관련 자료를 요청하기로 했다.

한편 홍 씨의 일기장에는 홍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경찰관을 조사했던 수사담당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수사의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병역 청탁 의혹=경찰이 의원들에게 후원금 관련 자료를 요청하기로 한 것은 홍 씨가 “큰아들을 시켜 각 의원의 후원금 계좌에 후원금을 입금했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후원금 명세를 통해 홍 씨 진술의 진위를 확인할 계획이다. 홍 씨는 자신의 일기장에 2003년 말 열린우리당 소속 김덕규(金德圭) 국회부의장과 장영달(張永達) 의원에게 ‘아들 관련 (청탁) 전화를 부탁했다’고 기록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필요할 경우 두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서면 또는 방문 조사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홍 씨에게서 “막내아들을 잘 돌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100만 원과 양주, 장뇌삼 등을 받은 육군 모 부대 신병교육대 대대장 A 중령을 올해 5월 불구속 기소한 데 이어 6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이날 밝혔다.

▽금품 건넨 경찰 2배로 늘어=경찰은 이날 홍 씨의 일기장에 금품을 건넸다고 적혀 있는 경찰관이 지금까지 알려진 6명보다 갑절 이상 많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홍 씨 리스트’에 나온 경찰관들을 조사했던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인 김모 경정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김 경정이 일선서 과장으로 있을 당시 홍 씨에게서 꿀과 장뇌삼을 받았지만 곧바로 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및 MBC 청탁 의혹=경찰은 홍 씨 리스트에 나온 B 부장검사가 한번에 200만 원씩 모두 2000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B 검사는 금품수수 대가로 홍 씨의 사건 무마 청탁을 상당 부분 들어 줬다는 것.

검찰은 이 검사에 대해 조만간 징계 조치를 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경찰에 출석한 MBC 강성주(姜聲周) 글로벌사업본부 콘텐츠기획팀 국장은 “홍 씨와 두 차례 식사를 하고 한 차례 선물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향응의 대가로 (프로그램을) 보도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씨는 네팔에서 인력송출업체를 운영하는 C 씨에게서 1억3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C 씨의 경쟁업체인 M사의 비리를 폭로해 주도록 MBC에 부탁했다. MBC는 지난해 1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M사의 비리 내용을 방영했다. 강 국장은 당시 보도국장이었다.

경찰은 또 20여억 원을 대출해 준 대가로 홍 씨에게서 1800만 원을 받은 D은행과 E상호저축은행의 지점장 및 차장 등 4명을 불러 불법 리베이트 수수 여부를 조사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