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에 밀린 아시아나 勞使 “일단 협상 재개”

  • 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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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박찬법 사장(왼쪽)이 4일 충북 속리산에 있는 조종사노조 농성장을 찾아 김영근 노조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5일 본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보은=연합
아시아나항공 박찬법 사장(왼쪽)이 4일 충북 속리산에 있는 조종사노조 농성장을 찾아 김영근 노조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5일 본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보은=연합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에 대한 긴급조정권 발동이 예고된 가운데 노사 양측이 협상을 재개하기로 4일 합의했다.

하지만 조종사노조가 인사·경영권과 관련한 요구 사항을 고수하고 있어 타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정부는 노사 양측이 주말까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강제로 협상을 종결지을 방침이다.

▽일단은 교섭 재개=박찬법(朴贊法)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날 파업 이후 처음으로 충북 보은군 속리산 농성장을 찾아 우선 조종사노조원들이 업무에 복귀한 뒤 협상을 계속하자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했다.

노사 양측은 5일 오후 3시 충북 청주시 초정리스파텔에서 17차 본교섭을 갖기로 합의했다.

▽노동계 반발=노동계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방침에 반발했다. 조종사노조는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파업에 개입하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뿐 아니라 철도노조, 지하철노조 등 공공연맹과 연대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노동분쟁 자율 해결 원칙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1963년에 도입된 긴급조정권은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과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때 두 차례 발동됐다.

▽어두운 자율타결 전망=노사 양측은 정년 연장 등 13개 핵심쟁점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자격심의위원회에 노조원 3명 참관 및 의결권 부여 △총비행시간 연간 1000시간으로 제한 등 두 가지 요구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훈련원 출신자가 주축인 조종사노조가 징계, 승진, 승급, 운항자격 등 인사 핵심사항을 의결하는 자격심의위원회 참여를 주장하는 것은 군(軍) 출신 조종사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행시간은 대한항공 수준에 맞추자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자격심의위원회 의결권은 경영진 고유권한이어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행시간도 조종사노조의 요구대로 하면 당장 30여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며 대한항공도 올 단체협상에서 연간 1100시간으로 늘릴 것을 노조에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파업 19일째를 맞은 이날 전체 288편 중 182편만 운항했다. 5일에도 국제선 117편 중 11편이 결항되며 국내선은 168편 가운데 83편만 운항한다. 화물기는 13편 중 2편(인천∼홍콩 왕복)만 운항돼 전체 298편 중 191편이 운항된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아시아나 파업’ 팔걷은 정치권

5일로 20일째를 맞는 아시아나 항공 조종사 파업에 대해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열린우리당은 4일 문제 해결을 위한 회사 측의 적극 협상을 촉구했으며 한나라당은 공공분야 파업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8일 김대환(金大煥) 노동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아시아나 파업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정치권이 아시아나 파업에 개입키로 한 것은 세계 항공업계 사상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될 이번 사태를 방관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

열린우리당은 이날 재정경제부와 정책협의를 갖고 정부의 긴급조정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긴급조정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일단 회사 측이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여당 간사인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회사가 정부의 긴급조정에 안이하게 의존할 게 아니라 박삼구(朴三求) 회장이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노동선진화특별위원회는 ‘공공부문의 파업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국가가 대체 인력과 수단을 동원해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 비용은 쟁의 당사자인 노사에 부과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또 항공산업 등 독과점 성격을 띤 공공분야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국회 환노위를 열어 노사 양측의 입장을 듣고 여야가 모두 참여해 중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상 노동 3권은 보장돼야 한다”며 “정부의 긴급조정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쟁의행위를 무력화시키는 한나라당의 입법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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