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대법원장 되면 판사 줄사표”

  • 입력 2005년 7월 2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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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신임 대법원장 추천을 앞두고 현직 부장판사가 재야 출신 대법원장이 임명될 경우 판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A 부장판사는 27일 ‘대법원장은 전현직 대법관 중에서’란 제목으로 배포한 A4 용지 17쪽 분량의 문건에서 “변호사 출신이 대법원장이 된다면 즉각 사표를 낼 것이며, 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나뿐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A 부장판사는 그 이유에 대해 “법관 경력이 10년도 채 안 되는 재야 변호사가 후임 대법원장으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사법부가 개혁대상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다.

그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을 지냈다는 등의 이유로 대법원장에 임명된다면 그는 대통령과 여당에 부채의식이 강해 사법권 독립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A 부장판사는 또 “만약 평판사 출신이 대법원장이 된다면 대법관, 법원장을 비롯한 고법·지법 부장판사들은 커다란 자괴감에 빠져 서명운동과 각종 반발 등으로 패닉 상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은 9월 23일 퇴임한다.

한편 민변, 참여연대 등 14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기존 대법관 출신을 최우선적으로 배제하고, 재야 변호사나 대법원에 몸담은 적이 없는 판사 출신 가운데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도 8월 1일 5명의 추천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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