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산간지역 야생동물 농작물 피해신고 잇달아

  • 입력 2005년 7월 23일 0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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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도내 산간지역에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해 사과와 복숭아 등 과일을 따먹고 밭을 파헤치는 등 농가 피해가 크게 늘어나 농민들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22일 경북도에 따르면 문경과 청송 예천 구미 청도 군위 등 도내 상당수 지역에서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잇달아 발생해 최근 23개 시·군에 정확한 피해실태를 집계해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2월부터 야생동식물보호법이 시행돼 멧돼지와 고라니 노루 등의 개체수가 늘어난 데다 올해는 무더위가 일찍 시작돼 야생동물의 활동이 비교적 왕성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가 피해 심각=청송군 안덕면 감은리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국(金榮國·47) 씨는 최근 밭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의 밭 2000평 중 300평이 여기저기 파헤쳐져 일부 사과나무의 뿌리가 드러나 있고, 먹다 남은 사과들이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김 씨는 “산을 개간해 만든 사과밭을 지난해 매입했는데 멧돼지 때문에 농사를 망칠지도 모르겠다”며 “멧돼지는 주로 야간에 나타나는 데다 워낙 힘이 세 웬만한 울타리는 뚫고 들어온다”고 말했다. 안덕면을 비롯해 부동, 현동, 현서면 등 청송지역 4개면에서만 5월부터 현재까지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 13건이 접수됐다.

또 예천군 지보면과 보문면 주민들은 최근 멧돼지와 고라니 등이 무리지어 나타나 감자밭과 콩밭 등을 마구 파헤치고, 사과를 닥치는 대로 따먹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보문면 우래리의 이모(52) 씨는 “야생동물들이 밭에 심어둔 콩을 먹기 위해 비닐을 다 찢어 놓았다”며 “예전에는 가을철에 몇 차례 출몰했으나 요즘은 사흘이 멀다 하고 나타나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대책은 없나=문경시 농암면 선곡리에 사는 신명희(72) 씨는 요즘 새벽 4시 반이면 밭에 나가 나뭇가지 등을 모아 약한 불을 피운다. 자신의 밭에 침입해 콩의 잎 등을 뜯어먹는 노루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또 언제나 사람이 밭에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옷과 깡통 등을 밭 곳곳에 매달아 놓고 있다. 산간지역 농민들은 이처럼 야생동물을 막기 위해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거나 화약 냄새가 나는 장난감총과 폭죽까지 사용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농민 박모(46·영주시 이산면) 씨는 “멧돼지 침입을 막기 위해 전기가 흐르는 울타리를 설치하고 싶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했다”며 “사냥개들을 밭에 두면 도움이 될까 해서 구입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김선길(金善吉) 산림과장은 “각 시·군에 농작물 피해신고가 접수되면 조속히 포획허가를 내주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정부가 마련 중인 야생동식물보호법 시행규칙 등이 확정되면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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