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TV리뷰]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입력 2005년 7월 1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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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가 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올해 아홉 살인 아들을 키우다 보면 저절로 이런 혼잣말이 튀어나온다.

토마토 당근 같은 야채는 입에 대지도 않고, 컴퓨터 게임을 더하겠다며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부리고, 어른을 봐도 본숭만숭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떤 때는 살살 달래다가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아이를 무섭게 다루기도 하고 심지어 쥐어박기도 했다. 혼내면 잠깐 좋아지는 듯싶다가 금세 예전으로 되돌아가고 도무지 어떻게 키워야할지 모르겠다는 자책이 메아리친다.

9일 오후 7시 방영된 SBS TV ‘실제상황 토요일’의 2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코너를 보다가 채널을 바꾸지 못한 것도 자책 때문이다.

말썽꾸러기인 준승(6) 준석(5) 형제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아이…’를 보면서 ‘바로 우리 애 얘기’라며 무릎을 쳤다. 싸움이 끊이지 않던 연년생 형제 준승과 준석. 제작진이 비교 관찰한 지 한 달 만에 고집쟁이 형 준승과 울보왕자인 동생 준석의 태도는 크게 달라졌다.

준승 형제의 부모는 우선 전문가 조언에 따라 장난감 칼 같은 무기형 장난감을 치워 아이들이 싸움의 유혹에 빠질 요소를 없앴다. 이유 없이 떼를 쓸 때는 무반응으로 대처하고, 잘못했을 때는 ‘격리 의자’에 앉혀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하게 했다.

컴퓨터를 방에서 마루로 옮기는 것을 남편이 반대해 부부가 싸우는 모습에서는 마치 우리 집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삐뚤어진 행동은 부모의 문제라는 전문가의 지적은 부모 시청자들을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준승 형제의 엄마는 아이에게 극진한 애정을 쏟았지만 아이들과 놀아주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위험한 장난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 코너는 11.5%의 시청률을 기록해 직전 시간대의 연예인 짝짓기 코너 ‘리얼로망스 연애편지’의 시청률 12.6%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핵가족화로 가정교육 시스템이 붕괴된 상태에서 이런 프로그램은 젊은 부모를 위한 좋은 지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오락 프로그램이다. 이는 양날의 칼과 같다.

‘오락’이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반대로 시청률에 연연해 아이들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로 전락시킬 위험도 있다. 아이의 변화 과정보다는 달라진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기 쉽기 때문이다.

시청자 장은정 씨는 프로그램 게시판에 “아이가 잘못했을 경우 ‘격리 의자’에 앉히는 것은 아동 행동수정 기법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며 “제작진은 TV에 나오는 방식을 시청자가 무조건 따라할 경우에 있을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주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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