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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6월 20일 0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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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거친 파도에 닳아 표면이 둥글둥글해진 돌이 파도에 밀려 9개의 등을 이룬 것 같다고 해서 ‘구계등(九階燈)’으로 불리는 곳이다. 해안 산등성이에 상록수와 단풍, 느티나무 등이 길이 800m, 폭 200m의 자갈밭과 조화를 이룬 구계등은 1973년 국가명승 제3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구계등은 수년간 갯돌이 밀반출되면서 군데군데 모래가 드러나고 해초가 자라는 등 제 모습을 잃어갔다.
이런 구계등이 각계의 ‘갯돌 되돌려놓기 운동’에 힘입어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멋진 풍광을 자랑해온 구계등은 ‘원형탈모증’에 걸린 것처럼 흉한 모습이었다. 주민들이 건축용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져가고 관광객들도 호기심에 하나 둘씩 호주머니에 넣어갔기 때문. 또 차량을 이용해 대량으로 밀반출하는 사례까지 잇따랐다.
완도 주민들과 국립공원관리공단 다도해 해상관리사무소, 완도해양경찰서 등은 2002년 9월부터 갯돌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생태계 보전 운동에 나섰다.
공단 측과 해경은 마을 이장단과 수차례 간담회를 열고 주민들에게 갯돌을 되돌려 줄 것을 호소했다.
주민들과 공단, 해경직원들은 매년 한 두 차례 학교 운동장이나 관공서 화단, 가정의 정원 등지에 묻혀 있는 갯돌을 모아 구계등으로 옮겼다. 그 결과 3000여 개의 갯돌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 운동이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구계등에서 기념품으로 1, 2개씩 가져간 갯돌을 보내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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