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학부모께 편지 쓰는 교수님

  • 입력 2005년 5월 6일 2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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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고 소중한 댁의 자녀를 저희 학부에 입학하도록 해 주셔서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2월 졸업한 64명 중 52명이 취업해 취업률은 82%입니다. 지난해는 국고 지원을 받아 학생들에게 기업체 이사들의 다양한 특강을 마련했으며, 올해도 학생들의 실무능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강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 군은 학부의 학술동아리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사회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일대(총장 김성동·金成東) 전자통신공학부 학부장인 고시영(高時暎·53) 교수는 며칠 전부터 틈틈이 썼던 편지 68통을 이 학부 1학년생들의 부모에게 보내기 위해 6일 우체통에 넣었다.

이들 편지는 어버이날(8일)을 전후해 학생들의 집에 도착할 예정이다.

고 교수는 A4 용지 3장의 편지에서 졸업생의 취업과 전망은 어떤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교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국가지원 사업에는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 자녀의 학교생활은 어떤지 등을 자세히 담았다.

그는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으로 A 군이 졸업할 때는 좋은 직장에 취업해 자랑스런 자녀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면서 “대학교육에 관한 의견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달라”며 편지를 맺었다.

그가 1학년생들의 부모에게 편지를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자식을 대학에 보낸 부모라면 당연히 대학생활과 취업 문제 등에 대해 궁금할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

그는 “부모들이 힘들게 학비를 마련해주고 있는데 대한 대학 측의 작은 성의”라며 “전자정보통신학과이지만 전화나 e메일보다는 우표를 붙인 편지가 아무래도 정겹고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스승의 날(15일)에 맞춰 학생들의 고교 담임교사에게도 각각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또 1학기 성적이 나오면 성적표와 함께 교수로서의 의견을 담은 편지를 보낼 예정이다.

학생들 사이에도 조만간 부모님이나 고교 스승에게 편지를 보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3학년인 김근호(金筋虎·25) 학부학생회장은 “5월엔 부모나 스승을 생각하면서 정성껏 편지를 써는 것을 학부 전통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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