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 운동회…초등학교 맞벌이 위한 야간행사

  • 입력 2005년 4월 30일 0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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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밤 대전 중구 유천2동 원평초등학교에서 '달빛운동회'가 열렸다. 이날 학부모들이 철인3종경기에서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29일밤 대전 중구 유천2동 원평초등학교에서 '달빛운동회'가 열렸다. 이날 학부모들이 철인3종경기에서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사랑하는 우리 유진이 운동회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동안 얼마나 와 보고 싶었는지….” 회사원 이병운(이병운·43) 씨는 29일 오후 6시경 둘째딸 유진(9) 양이 다니는 대전 중구 유천2동 원평초등학교 정문을 들어서면서 하늘을 뒤덮은 만국기를 보고 한없는 감회에 젖었다. ‘그래, 내가 어렸을 때는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도 운동회에 함께 참여하셨지. 원래 운동회는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였는데….’ 이날 오후 원평초교(교장 이철우·이철우)에선 첫 ‘야간 운동회’가 열렸다. 직장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빠 엄마들을 위해 발상의 전환을 한 것.》

원평초교는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는 전형적인 도심 속 학교. 학부모의 70%가량이 맞벌이다. 그러다 보니 예년에는 운동회를 열어 봐야 ‘아이들만의 쓸쓸한 잔치’에 그칠 뿐이었다.

학교 측은 올해는 ‘원평가족 별·꿈 축제’라는 이름으로 밤에 운동회를 열기로 하고 학부모들의 의견을 모아 1부 운동회, 2부 어울마당으로 나눠 프로그램을 짰다.

이날 오후 5시 반경 운동회가 시작됐다. 전체 학생 887명 가운데 아버지가 온 학생이 전체의 80%가량에 이르렀다. 형과 누나 등도 함께 오는 바람에 3000명가량이 몰려 운동장이 비좁을 정도였다.

학부모 학년 대항 계주, 엄마 아빠 줄다리기, 엄마 아빠 철인3종경기….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손을 잡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겼다.

운동장에는 1kW짜리 라이트 15개를 매단 조명판 2세트를 본부석 양쪽에 하나씩 세워 운동장을 밝히도록 했다. 이벤트사 등에서 kW당 하루 1만 원씩에 대여할 수 있었다.

김신(金信) 체육담당 교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버지의 참여는 거의 없었고 어머니도 절반은 참석하지 못했다”며 아버지들의 뜨거운 호응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2부 어울마당에서는 모두 촛불을 들고 가족끼리 손에 손을 맞잡고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캠프파이어를 한 뒤 오후 9시 반경 운동회를 마쳤다.

4학년 장미호(10) 양은 “사업을 하시는 아빠가 처음으로 운동회에 오셔서 달리기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다”며 아빠 목을 껴안았다. 야간 운동회는 농번기에 부모들이 시간을 내기 어려운 농촌 지역 일부 학교에서 시작돼 도시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 대가초등학교는 2000년부터 추수철에 여는 가을운동회를 야간에 열고 있다.

다음 달 14일 야간운동회를 열기로 한 충북 영동군 양산초등학교 윤백만(尹柏萬) 교감은 “최근 학부모회를 열고 야간운동회 추진 계획을 설명했더니 모두들 크게 반겼다”고 전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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