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피해 변상금 20년간 갚은 할머니 “산불 조심해요”

  • 입력 2005년 3월 23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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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요, 우리 모두 산불을 조심 합시다.”

지난주 강원 홍천군 홍천읍 홍천장터. 5일장 장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룬 사이에서 한 할머니가 마이크로 “산불을 조심 합시다”라고 외치며 산불조심 홍보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 할머니는 죽은 남편을 대신해 20여 년간 산불피해 변상금(123만 원)을 모두 갚아 화제가 됐던 용간난(69·홍천군 홍천읍) 씨.

용 할머니는 변상금을 모두 갚은 뒤 산림청 산불홍보대사로 위촉돼 4년째 산불조심 홍보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홍천읍 희망리에서 칼국수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용 할머니는 식당 휴무일이나 장날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찾아 산불조심을 호소한다.

홍천국유림관리사무소는 최근 용 할머니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는 곤란하다는 판단에 따라 할머니의 육성을 녹음한 테이프를 제작, 할머니가 직접 가기 힘든 곳에는 방송시설을 갖춘 차량을 보내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효과가 높아 인근지역 다른 산림관리소에도 테이프를 보급할 계획.

용 할머니의 남편은 1979년 3월경 한약재를 캐러 산에 올랐다가 산불을 내 산림 1만6000 평가량을 태우는 바람에 변상금 123만 원을 부과받았다.

용 할머니는 84년 남편이 사망한 뒤에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허드렛일을 하며 생활비를 아껴 한푼 두푼 변상해 마침내 2001년 9월18일 변상금을 모두 변제했다.

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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