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부평 일신초등학교 ‘줄넘기 조회’

  • 입력 2005년 3월 21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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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줄넘기 조회가 시작되니 전교생은 운동장에 모여 주세요.”

21일 오전 9시경 인천 부평구 일신동 일신초등학교. 줄넘기 조회 시간을 알리는 교내 방송이 나오자, 어린이들이 저마다 손에 줄넘기 줄을 든채 운동장에 모여 일정한 간격을 두고 줄을 맞춰 섰다.

이어 음악이 흐르자, 1500여 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리듬에 맞춰 줄넘기를 시작했다. 학교 앞을 지나가던 행인들은 줄과 한 몸 처럼 움직이는 아이들의 ‘군무’(群舞)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앞으로 돌리기 줄넘기를 하다가, 시간이 흐르자 ‘번갈아 한발 뛰기’ ‘뒤로 뛰기’ ‘이중 뛰기’ 등 다양한 줄넘기 시범을 보였다.

일신초교는 매월 둘째, 셋째, 넷째 월요일 줄넘기 조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건강한 심신을 길러주는 학교로 소문나 있다.

이 학교는 2002년부터 학교특색사업으로 전교생이 참여하는 줄넘기 교육을 펼치고 있다.

강혁희(60)교장은 “학생들의 체형은 갈수록 커지지만, 실상 체력은 허약해 각종 질병과 비만에 시달리는 등 건강에 문제가 많다”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줄넘기를 특색사업으로 정해 전교생이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해마다 1학년이 입학하면 학용품과 함께 체형에 맞는 줄넘기를 선물한다. 1∼6학년 체력 발달 수준에 맞춘 급수표에 따라 줄넘기를 시킨다.

1∼5급, 동장, 은장, 금장으로 나눠 담임교사가 한 학기에 두 번씩 개인별 급수를 기록한다.예를 들어 1학년 학생이 ‘번갈아 한발 뛰기’를 실수 없이 20∼39회하면 5급을, 100∼119회를 하면 1급, 150∼199회는 은장, 200회 이상은 금장을 주는 것.

수준별 인증서를 주니까 학생들은 경쟁심이 생겼고 성취의욕도 높아졌다. 단순히 개인운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별줄넘기, 단체 줄넘기, 줄넘기 마라톤 등을 통해 협동심과 친구에 대한 배려심도 키워가고 있다.

이 학교 최재규(12·6학년), 재선(10·3학년) 군의 어머니 우금성(39) 씨는 “줄넘기를 시작한 뒤 아이들이 감기 등 잔병치레가 사라졌다”며 “요즘은 온 가족이 줄넘기 마니아가 됐다”고 말했다. 우 씨는 아들들을 따라 줄넘기를 한 결과 요즘은 40여 분간 5000여 회를 하는 수준에 올라섰다.

이 학교를 졸업한 부평여중 황지수(14·1학년) 양은 “초등학교 때 했던 줄넘기 덕분에 체력이 많이 좋아져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해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피곤하지 않다”며 줄넘기의 효과를 자랑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매년 일신동 사무소 주체로 열리는 ‘한마음 주민축제’에 나가 줄넘기 시범공연을 펼치는 등 동네의 자랑거리로 사랑을 받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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