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창의력…학원보다 학습지보다 아빠와의 대화가 열쇠

  • 입력 2005년 3월 10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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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38) 씨는 저녁식사 후 맞벌이인 아내가 설거지를 할 동안 딸(6)과 30분씩 산책을 한다. 밤에 잘 때 이를 닦게 하고 책을 읽어 주는 것은 김씨 몫이다. 딸아이가 언제 말을 시작했고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꿰고 있다.

자녀 양육에 적극적인 아빠들이 늘고 있다. 또한 아빠의 육아 참여가 자녀의 지적 사회적 정서적 발달에 끼치는 영향은 여러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번에는 아빠와의 대화가 자녀의 창의성 발달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창의성은 새롭고 유용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능력. 아이의 성장에 따라 창의성도 발달하지만 12세 이후로는 거의 변화가 없고 7세를 전후해 창의성 변화가 가장 크다.

한국메사연구소(소장 정미숙)는 아빠와의 대화 외에 자녀의 창의성 발달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을 분석해 관심을 끈다.

● 아빠와 대화 많을수록 창의성 반짝반짝

창의성이 높은 집단은 아버지와의 대화시간이 많았다. 우수 집단의 대화시간은 30분 이상이 66.7%, 낮은 집단의 대화시간은 30분 미만(56.0%)이 많았다. 어머니와의 대화시간은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으나 어머니의 학력이 대졸 이상일 때 창의성이 높았다.

● 학습지 1년 넘게 하면 창의성 낮아져

‘자료를 인지 활용하는 능력’은 1∼2시간 정도 TV를 시청할 때 가장 높았다. 아예 보지 않거나 3시간 이상 시청할 때 낮았다. ‘자료를 자세히 관찰해 분석하는 능력’도 마찬가지. 그러나 ‘자료를 변경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독창성 유연성)’은 보지 않을 때 가장 높았다. 정미숙 소장은 “적당한 TV시청은 정보 활용력이나 분석력에 도움이 되지만 독창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습지를 너무 오랜 기간 이용하면 창의성(2.0 만점)은 낮아졌다. 특히 도전 의식과의 관계를 보면 △6개월 미만(1.71) △사용 안 함(1.67) △6개월∼1년(1.36) △2년 이상(1.17) 순으로 나타났다. 즉 6개월 미만의 기간에 학습지를 할 때 도전의식이 가장 높다는 것.

● 학원에 묶어두면 독창성 떨어져

학원 이용, TV 시청이 창의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했다. 학원을 다니는 아이가 주의, 관찰, 기억력과 이해 분석력에서 더 뛰어난 반면 감정 표현에서는 안 다니는 아이가 더 높았다.

영어교육과 창의성의 관계를 보면 영어교육을 ‘하는 경우’(1.46)가 ‘안하는 경우’(1.70)보다 창의성이 떨어졌다. 그러나 정서표현력에서는 영어교육을 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게 나타났다. 영어학원에 다니는 경우 특히 창의성의 핵심인 독창성이 떨어졌다.

수학교육을 하는 경우 도전의식은 ‘안하는 경우’(1.76)가 ‘하는 경우’(1.44)보다 높았다.

미술교육을 시키는 경우 전체 창의성 수준은 물론 종합력, 도전의식이 모두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장은 “취학 전 미술로 자유롭게 표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창의성 발달에 도움이 되지만 학원 등에서 미술교육을 받을 경우 창의성 발달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음악학원에 다니는 경우 분석력과 정서 표현 능력이 높았다.

● 취학 전후엔 엄마보다 아빠가 중요

정 소장은 “아버지가 확고한 교육철학과 관심을 갖고 아이와 대화할 때 창의성은 자란다”며 “특히 남자아이는 엄마와 밀착돼 있던 유아기를 지난 취학 전후에 아빠가 적절히 개입하면 자율성과 자기주도성까지 강해지는 결과를 가져 온다”고 주장했다.

조기 학습지 교육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반복 학습으로 단순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학습지는 아이의 창의성 발달을 방해한다는 것.

정 소장은 “학습지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에는 답이 있다’는 고정관념을 심어 줘 아이들의 사고를 일찍부터 정형화 획일화 고정화해 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습지를 시키더라도 장기간이어서는 곤란하고 단순히 학습지의 문제를 풀도록 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개입해 한 번 더 생각하도록 도와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어떻게 연구했나:

한국메사연구소는 최근 수도권에 사는 5∼7세 어린이와 이들의 부모 100명씩을 대상으로 창의성 검사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창의성 검사는 독일에서 개발해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진단도구 ‘TCT-DP(Test for Creative Thinking-Drawing Production)’를 사용했으며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홍용희 교수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채선희 책임연구원이 2000년 전국 5∼7세 유아 1366명을 대상으로 한 검사와 비교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창의성을 △주의 관찰 기억력 △이해 분석력 △감정 표현 △종합력 △도전의식 △독창성 △언어적 표현력 등 9가지 세부능력으로 나눠 조사했다. 두 조사에 모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만연한 선행학습 때문인지 7세 이후 창의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요즘 아이들 어떻게 하루 보내나▼

▽아버지와의 대화시간(1일 기준)

30분∼1시간(37) 30분 미만(35) 1∼2시간(22) 2∼3시간(4) 3시간 이상(1)

▽가장 많이 하는 부모와의 활동

책읽기(64) 대화(13) TV시청(10) 게임(8) 운동(1) 기타(3)

TV시청(1일 기준)

1∼2시간(41) 2∼3시간(24) 1시간 미만(21) 3시간 미만(7) 보지 않음(7)

▽컴퓨터 활용 시간(1일 기준)

1시간 미만(58) 사용 안함(22) 1∼2시간(15) 3시간 이상(2)

컴퓨터 활용 분야

학습(37) 게임(30) 인터넷(6) 기타(6)

▽학습지 공부기간

1∼2년(27) 6개월∼1년(25) 이용 안함(21) 6개월 미만(14) 2∼3년(6) 3년 이상(6)

▽유치원 다녀와서는 뭘 하나

미술(23) 블록(20) 독서(15) 소꿉놀이(11) 음악(5) 운동(3) 컴퓨터(2) 학습지(2) 실외(2) 기타(15)

수도권 5∼7세 자녀를 둔 학부모 100명 조사.

자료: 한국메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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