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추적/인천 박물관 다른도시로 잇단 유출

  • 입력 2005년 3월 2일 2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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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 자치단체들은 박물관 등 문화시설을 유치하려고 발 벗고 나서고 있는데 인천은 이미 운영중인 박물관 마저 다른 곳에 빼앗긴다는게 말이 됩니까?”

세계 각국의 희귀 곤충과 화석 등이 전시된 인천 강화군 은암자연사박물관이 경기 양주시로 옮겨간다.

지난해 한국가요사박물관이 경기 용인시로, 야구박물관은 제주도로 가버린데 이어 자연사박물관까지 당국의 무성의한 행정 때문에 빼앗기는 것.

▽또 빼앗긴 문화 시설=은암자연사박물관은 지난달 18일 경기 양주시와 자연사박물관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

“장흥면 장흥관광지 인근 5000여 평의 부지에 2007년부터 400억 원을 들여 박물관 건물을 건립할테니 자연사박물관을 옮겨오라”는 양주시측의 제의를 받아들인 것.

은암박물관측이 이전을 결심한데는 인천시와 강화군의 무관심한 행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와 군은 박물관 건립 당시 자료 보관용 창고 신축 등을 위해 5000만 원을 지원한 것 외에 지금까지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았다.

박물관측은 “전시시설이 낡아 대형 아나콘다와 도마뱀 등 살아있는 파충류 등이 겨울철에 얼어 죽는가 하면 각종 박제와 표본이 손상되고 있다”며 항온항습장치가 갖춰진 수장고 건설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입장료(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수익만으로는 더 이상 박물관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전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협약이 체결되자 강화군은 뒤늦게 하점면 삼거리 고인돌광장 인근에 1만여 평의 부지를 마련해 박물관 건물을 새로 지을테니 은암박물관이 옮겨오라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미 협약을 체결한 양주시가 1월 7700만원을 들여 자연사박물관건립 타당성 검토 용역을 발주했으며 6월까지 박물관 건립 기본 구상안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강화군의 뒤늦은 제의는 공염불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종옥 박물관장은 “시와 군이 4년간 박물관 운영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아 사재를 털어야 했다”며 “인천의 문화행정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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