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高, 신입생 가뭄… 30명 모집에 5명지원… 고등학교 맞아?

  • 입력 2005년 2월 2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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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군 북면 마차고등학교 교사들은 요즘 매우 심란해 출근길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올해로 개교 47주년을 맞았지만 신입생이 갈수록 줄어들어 학교 운영 자체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졸업 예정인 3학년을 제외한 전교생이 24명뿐인 데다 올해 신입생마저 12명밖에 되지 않아 교사와 주민들은 “이러다 학교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한 교사는 “예전에는 한 반의 학생 수가 50명이 넘어 북적거렸는데 이젠 한 학년 전체가 10명이 겨우 넘는다”면서 “인구가 줄기도 했지만 부모들이 자녀를 시골 고교에 맡기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방 고교에 지원하는 신입생 수가 줄어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교육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신입생 수가 모집 정원의 50%도 되지 않아 존폐 문제가 거론되는 학교도 상당수이고 이른바 ‘비평준화 지방 명문’으로 불리는 학교 중에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은 강원지역.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횡성 갑천고는 30명 모집에 5명, 태백 철암고는 35명 모집에 7명의 신입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강원도에서만 정원의 50%를 채우지 못한 고교가 15곳이나 된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 명문고들도 마찬가지로 385명을 모집한 원주여고가 13명이 미달한 것을 비롯해 원주고(7명) 춘천여고(5명) 강릉여고(4명) 등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이 비슷하다.

충북지역의 대표적 명문인 충주여고가 정원(350명)보다 38명이 부족해 1942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신입생이 미달됐다. 충주고는 정원 350명을 겨우 채웠다. 충북 전체로는 일반 및 실업고교 18곳에서 405명이 미달됐다.

경기지역도 수원·안양·부천·고양 학군에서만 323명의 신입생이 부족했다. 용인 수지고는 정원보다 30명이 넘게 지원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540명 정원에 505명만이 지원했다.

이 밖에 경북 안동여고(11명 부족), 전남외고(4명), 제주 대경고(18명)와 대경여고(6명) 등 적잖은 고교들이 입학정원에 미달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방 고교의 명문대 합격률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서울이나 대도시로 진학시키려는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방 명문의 경우 내신반영비율이 높아지면서 더욱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 실제로 몇몇 지역에서는 명문고들의 경쟁률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인근 일반고교는 신입생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경남도교육청 신판기(辛判基) 장학사는 “과거 명문고교에만 몰리던 성적 우수 학생들이 인근 고교로 분산되는 현상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학생 감소 현상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구 감소가 불가항력적이기는 하지만 일부 지역 학교가 장학금 혜택을 넓혀 성적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는 것처럼 지방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원미달 주요 지방고교
고교정원(명)지원자(명)미달(명)
용인 수지고54050535
의정부여고68467113
안산 원곡고6246168
전남외고1201164
충주여고35031238
제주 대경고13611818
제주 대경여고1361306
안동여고24022812
춘천여고3853805
원주여고38537213
강릉여고3503464
원주고3503437
자료:각 지방 교육청

정원 50%에 미달한 강원지역 고교
고교정원(명)지원자(명)지원율(%)
영월 마차고301240.0
횡성 갑천고30516.7
태백 철암고35720.0
삼척 하장고351234.3
삼척 가곡고35720.0
삼척 원덕고702535.7
영월 상동고30620.0
영월 주천종고602236.7
정선 고한종고301446.7
정선 함백종고301033.3
화천 간동고301446.7
고성 거진종고30930.0
원주 부론고351337.1
자료:강원도교육청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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