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에도… 트랙에도… “장애는 없다”

  • 입력 2005년 2월 17일 18시 55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뒤 휠체어컬링으로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는 조애리 씨. 국가대표 선수인 그는 17일 열린 제2회 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소속팀 강원B팀이 연세대에 10-7로 승리하는 데 수훈갑이 됐다. 춘천=박영대 기자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뒤 휠체어컬링으로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는 조애리 씨. 국가대표 선수인 그는 17일 열린 제2회 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소속팀 강원B팀이 연세대에 10-7로 승리하는 데 수훈갑이 됐다. 춘천=박영대 기자
▼“다시 세상 밖으로”▼

■ 휠체어 컬링 국가대표 조애리씨

조애리 씨(21)가 굴린 19.96kg짜리 돌(스톤)이 얼음판을 조심스럽게 미끄러져 갔다.

먼저 중심표적인 버튼을 점유하고 있던 상대팀 스톤을 밀치고 자리를 빼앗자 동료들은 아이스링크장이 떠나갈듯 함성을 질렀다. “잘했어. 바로 그거야.” 10-7로 경기를 이긴 뒤 조 씨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동료들과 손을 마주쳤다. “‘이 맛에 컬링을 한다니까.”

제2회 동계장애인체육대회가 막을 올린 17일 춘천 의암실내아이스링크장. 휠체어컬링에 출전한 강원 B팀의 조 씨는 뛰어난 기량으로 주위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휠체어컬링 여자국가대표 선수.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인 컬링(Curling)은 화강암으로 된 스톤(Stone)을 상대팀과 번갈아 굴려 하우스(House)로 불리는 원안에 있는 중심표적(핵 또는 버튼으로 불림)에 누가 가깝게 접근시키느냐를 겨루는 경기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는 휠체어컬링은 3년 전 국내에 도입됐다.

고교 1년 때인 2000년 12월 신호위반 차량에 치여 1급 척수장애인이 된 조 씨는 2년 전 휠체어컬링을 시작한 뒤부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케이스.

“사고를 당한 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외출도 일절 하지 않았어요. 집에만 웅크리고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컬링을 배운 다음부터는 재활훈련도 열심히 하고 외출도 많이 해요.”

컬링을 시작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온 조 씨는 부모가 운영하는 육가공업체에서 경리부 직원으로 일하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춘천=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계속 달리고 싶다”▼

■ 뇌성마비 육상선수 김근일씨

달리기에서 최고의 성취감을 느껴온 뇌성마비 및 정신지체 1급 장애인 김근일 씨(왼쪽). 지난해 5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육상 3관왕에 오른 뒤 그를 지도한 송명현 교사와 함께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 제공 공주정명학교

“근일이는 계속 달리고 싶다.”

충남 공주시의 특수학교인 공주정명학교 전문대학과정(조립과)을 18일 졸업하는 뇌성마비 및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인 김근일 씨(23)의 소망은 졸업 후에도 ‘계속 달리는 것’이다.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처럼 그동안 달리기에서 최고의 성취감을 느껴왔기 때문.

그는 출생 1년 후에 뇌성마비와 정신지체가 찾아왔고 그로 인해 신체의 왼쪽 부분이 거의 마비 상태가 됐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고 이를 눈여겨보던 이 학교 송명현 체육교사(42)의 발탁으로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육상부에 들어갔다.

매일 방과 후 2, 3시간씩 달리기 훈련을 받은 결과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장애인 체육대회에서 금메달 15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특히 2002년 아시아태평양장애인경기대회에서는 국가대표로 선발돼 출전하기도 했다.

송 교사는 “매번 같이 달리느라 지도가 쉽지는 않았지만 달리기를 통해 성격이 밝아지고 마비됐던 신체 왼쪽이 거의 일반인처럼 돌아와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한 장애로 취업이 되지 않아 졸업 후 일단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김 씨는 계속 달릴 수 있을지 의문.

“유명한 국가대표 육상선수가 돼 장애우들에게 희망을 심겠다”는 꿈을 불태우고 있지만 국내에는 장애인을 선발해 운동을 시키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김 씨의 아버지 김시우 씨(경찰관)는 “근일이가 달리기를 중단하는 날 꿈과 성취감도 같이 중단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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